휴대폰 개통 후 14일 이내 청약 철회 가능하지만...현장선 '불가'
상태바
휴대폰 개통 후 14일 이내 청약 철회 가능하지만...현장선 '불가'
  • 컨슈머리서치
  • 승인 2017.07.04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으로는 보장, 통신사 약관에선 허용 안해~공정위 검토 나서

경상북도 영천시에 사는 박 모(여) 씨는 최근 대리점 직원의 권유에 못 이겨 고가의 스마트폰을 새로 개통한 것이 후회돼 해지를 문의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대리점 직원은 이미 개봉한 휴대전화는 가치가 훼손돼 환불할 수 없다며 AS센터에 가서 기기불량 확인증을 받아오거나 통신망의 통화 품질 장애를 증명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확인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할부거래법)에 근거한 7일 이내 단순변심 청약 철회 가능'은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고.

박 씨는 “통신사 고객센터도 동일한 답을 반복했다”며 “법으로도 보장돼 있는 소비자의 권리인데 기기 불량 등의 사유가 아니고선 절대 안 된다고 해 결국 마지못해 쓰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 법은 허락한 휴대전화 단순변심 환불, 통신사가 거부할 수 있는 이유?

단순변심으로 인한 통신 상품 청약 철회가 불가능한데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유저 apo**** 씨는 “법적으로는 단순변심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현실에는 커다란 벽이 가로막혀 있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유저 sof*** 씨는 “단순 변심을 알아보다 실제로 소송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 및 부대비용, 심적 고통 등을 생각하면 포기하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할부거래법 8조에는 소비자가 계약서를 받거나 재화를 공급받은 7일 이내 할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통신사를 통해 구매한 휴대전화 단말기 할부 상품도 청약 철회가 가능한 것으로 간주된다. 전자상거래법 17조에도 유사 조항이 명시돼 있으며 방문판매법은 14일 이내 소비자의 청약 철회를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의 단서 조항에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선박, 자동차, 항공기, 건설기계, 냉동기, 냉난방기 등 특정 품목은 청약 철회가 불가하고, 그 이외에도 ▲ 내용물 확인을 위한 단순 개봉을 제외하고 소비자로 인해 재화 등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 시간이 지남으로써 다시 판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낮아진 경우 등에 해당하면 소비자의 청약 철회가 제한된다.

이 조항은 택을 제거한 의류나 박스가 개봉된 노트북 등에 적용돼 소비자의 단순 변심 환불을 막는 준거 조항으로 활용돼 왔다. 또한 단순 개봉은 제외한다지만 전자제품은 보통 개봉 후 사용하다가 환불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아 이 조항도 적용받기 어렵다.

컨슈머1.jpg
▲ 개봉 등으로 '봉인 스티커' 등이 훼손됐을 경우 휴대폰을 포함한 전자제품 제조사는 대부분은 단순 변심 환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상품 가치의 ‘멸실’이나 ‘훼손’, ‘다시 판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낮아진 경우’ 등의 법률 조항이 해석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신규 단말기는 개통 시 IMEI 등의 단말기 고유번호에 개통 이력이 등재돼 미개통 단말기 가치가 훼손된다. 훼손 방지 스티커가 제거되고 최초 포장상태가 훼손된 단말기를 단순변심으로 반납할 경우 새 상품으로 다시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해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IMEI는 자동차의 차대번호 등과 같은 고유번호로 개통 이력이 전산망에 등록된 이후에는 중고 단말기로 간주된다.

◆ 단순변심 단말기 값, 대리점이 떠안는 유통구조...제조사와 책임 넘기기까지

현행 단말기 유통구조는 휴대전화를 대리점에서 구매한 후 소비자에게 되파는 방식이다. 단순변심을 받아들일 경우 대리점이 출고가 기준 손실을 모두 떠안게 되는 셈이다. 반납 받은 휴대전화를 중고로 재판매한다고 해도 일정한 손실은 불가피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유통 구조를 고려치 않고 할부거래법 등의 해당 조항이 소비자 입장만을 고려해 실제로 민원이 상당히 발생하고 있어 통신사도 난감하다”며 “법 해석이 애매한 까닭에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통신사는 통신사대로 입장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양 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담아 법이 개정돼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통신사 대리점은 기기 불량 입증 시 14일 이내 환불이 가능하다는 관련 규정을 준용해 AS센터 등에서 ‘불량확인증’ 을 받아올 것을 소비자에게 권유한다. 불량 단말기는 제조사에 반품하면 그만이라 손실이 없다는 것이다.

컨슈머2.jpg
▲ 일부 소비자는 불량확인증 발급을 위해 서비스센터 직원과 불필요한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 AS센터 직원과 소비자 간의 필요치 않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전직 휴대전화 제조사 서비스센터 직원이었다는 강 모(남) 씨는 “개통 14일 이내 소비자들이 대리점에 환불하려면 서비스센터로 가라고 했다며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별다른 기기 불량도 없는데 개통 철회를 원하는 소비자가 불량증을 끊어주지 않는다며 기사를 윽박지를 때도 있어 난감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 묶어 파는 구조적 문제...공정위 검토나서

일각에서는 단말기와 통신 상품을 묶어서 판매하는 한국 통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 3사나 알뜰폰(MVNO) 사업자들이 판매하는 유심(USIM)단독 상품의 경우는 선택약정 등이 걸려있지 않는 경우 자유롭게 해지가 가능하다. 약정이 걸려있다 해도 7일이나 14일 이내 해지 시에는 발생하는 위약금이 없거나 적어 소비자 부담이 적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으로 통신사에서 단말기를 판매하고 있지 않는 국가의 통신사들도 법률상 차이는 존재하지만 국내와 같이 소비자들이 불량확인증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휴대전화 통신 상품을 해지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에 “소비자의 단순변심 청약 철회가 법에 보장돼 있음에도 이통3사가 이를 약관 등에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청약철회건 등에 대해 이해관계자 간담회 등을 거치고 해외 사례를 연구해 제도 개선 등을 검토하겠다”고 서면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