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음직스럽고 푸짐하게 담겨져 보는 이로 하여금 구미를 당기게 하는 메뉴판의 음식 사진.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제작된 메뉴판 사진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어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메뉴판의 사진을 보고 음식을 주문했지만 실제 음식은 너무나도 달라 실망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
하지만 업체들은 '사진은 실제 음식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와 같은 문구를 넣어 과대 과장 광고라는 책임을 피해가기 급급하다.
메뉴판 사진이나 음식물 모형의 허위.과장을 판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마련 및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메뉴판 사진엔 야채 가득, 실제는 양파 피클 2조각뿐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한 의혹 제기가 가장 많은 식품군은 바로 햄버거다.
관련 업체들은 "메뉴판에 있는 사진은 내용물이 잘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라 화려해 보일 수밖에 없다. 매장마다 메뉴 만드는 방법이 메뉴얼화 되어 있어 소스나 피클 등 모든 재료의 질과 양은 모두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사는 고 모(여)씨는 지난 8월 28일 점심을 때울 요량으로 근처에 있는 햄버거 체인점을 방문해 세트 상품을 5천600원에 구입했다.
구매한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 한 잔을 들고 자리에 앉은 고 씨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메뉴판에 먹음직스럽게 보이던 사진과 달리 눈 앞의 햄버거의 내용물은 너무나 부실했기 때문이다.
햄버거 안에는 달랑 고기 패티와 치즈 그리고 피클 2개와 양파 두세조각 뿐이었다.
직원에게 야채를 조금 더 넣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매장 측은 규정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며 채소 등을 추가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자신의 햄버거를 보여주며 이게 규정대로 만들어진 거냐고 세네번 되물어도 돌아오는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고 씨는 “대체 햄버거 내용물 규정이 어떻기에 이런 햄버거를 내놓은 건지 궁금하다”며 “소비자는 매장에 있는 메뉴판 사진을 보고 구매하는데 이게 같은 햄버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과장 광고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 광고 사진속 팝콘, 봉지 가득 넘쳐, 실제론 절반
얼마 전 멀티플랙스 영화관을 방문했던 안 모(남)씨도 메뉴판에 속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8월 7일 안 씨는 영화 시작 전 영화관 내 매점에서 구입한 팝콘을 보고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메뉴판에 보이는 팝콘 봉지에는 내용물이 꽉 차 있었지만 정작 받아든 팝콘은 봉지 절반에 불과했기 때문.
영화관 관계자는 “메뉴판에는 팝콘의 맛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용기 위에 보이도록 배치한 것”이라며 “메뉴판에 실제 판매 이미지가 있을 뿐 아니라 영양성분표시에서도 제품별 중량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안 씨는 “메뉴판 광고 이미지와 똑같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지만 절반만 주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수많은 이미지 중 절반으로 접혀 있는 것이 실제 판매 용량이라고 인지하는 소비자가 어디 있느냐”고 과장광고라고 꼬집었다.
◆ 이의 제기하면 쪼잔해? 허위 과장 기준 마련 시급
대형쇼핑몰이나 마트 내 푸드코트에서 푸짐한 광고 모형을 보고 음식을 주문했다 크게 실망했다는 민원도 적지 않다.
이처럼 표시 광고 사진과 달리 부실한 제품을 두고 과장 과대광고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업체 측은 시각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메뉴판 사진과 실제 음식이 다르다'고 이의를 제기할 경우 쪼잔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광고 사진이나 모형과 똑같을 수 없는 것은 상식 문제며 '사진은 실제 음식과 다를 수도 있다'라고 사전에 고시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
반면 일본의 경우 메뉴판 사진과 실제 음식이 다르면 음식을 교환/환불하는 제도가 생활화되어 있다.
한 음식점에서 포장 구매한 돈까스가 메뉴판 사진과 차이가 너무 커 실망했다는 김 모(여)씨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의를 제기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기 십상이라 음식점을 다시 이용하지 않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최선일 뿐”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정정보과 관계자는 “메뉴판 사진과 실제 음식이 크게 다르다면 이를 과장광고로 볼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면서도 “하지만 얼마나 차이가 나야 과장인지, 기준 자체가 주관적이라 실제로 처벌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들이 반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서 최소한 이 수준이 돼야 과장광고가 아니다하는 공통 기반을 만드는 등 소비자 의식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