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소음에 운전자 덜덜..법·규정도 없이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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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소음에 운전자 덜덜..법·규정도 없이 방치
  • 양창용 기자
  • 승인 2013.06.19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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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으로 인정도 못받고 반복 AS에도 원인 찾기 힘들어 '고통'
"고속도로를 달리는 데 듣기 싫은 소음과 함께 차량 앞 바퀴가 '덜덜' 떨려 금방이라도 바퀴가 튕겨나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너무 겁이 나 그 때 이후 시속 60km/h이상은 운전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소음 문제로 1년 넘게 정비소만 왔다갔다하는데 제조사에선 원인 불명이라고 하면서 부품을 계속 교체하는데 소음은 그대인 채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네요."

소음 문제로 고통을 겪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원인을 알 수없는 소음이 계속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사고가 나지 않을 까 하는 불안감에 떨지만 정비업체를 찾아도 사실상 해결이 쉽지 않아 만성적인 투통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자동차 관련 피해 제보 중  '소음 문제'는 총 77건을 기록했다.

소음 진원지로는 내부 부품이 44건(57%), 차량 표면 및 하드웨어 부분 26건(33%) 그리고 기타 및 원인 미상이 7건(10%)를 나타냈다.

국산차가 65건(84%)으로 수입차 12건(16%)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내수 시장에서 국내차의 시장점유율이 90% 남짓인 점을 감안한다면 점유율 대비 소음 피해 건수는 비슷한 수준이다.

자동차 소음 문제 해결이 어려운 주된 이유는 소음 진원지를 찾기 어렵고 원인 규명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부분 정비사의 청각에 의존해 위치를 찾게 되는데 소음이 여러 부품의 복합적인 하자로 인한 경우가 많아  해결이 난망할 수밖에 없다.

#사례 1 = 반복 수리에도 꿈쩍 않던 소음 문제, 4개월만에 해결

충남 아산에 사는 윤 모(남)씨는 반복적인 소음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제조사가 엉뚱한 부품만 교체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지난 해 10월에  기아자동차 '올 뉴 모닝'을 구입한 윤 씨.  출고 2달 뒤부터 차량 밑부분에서 소음이 발생해 '밋션'을 교체했지만 동일 증상이 발생해 올해 2월 두 번째 수리를 마쳤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만에 다시 소음이 발생했고 제조사 측은 "소음은 엔지니어가 직접 듣고 판단돼야 상담이 된다"며 더이상의 수리를 외면했다고. 결국 참다못한 윤 씨가 소비자고발센터로 도움을 요청해 지난 4월 초 2번의 수리 더 받은 후에야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사례 2 = 새 차 구입후 소음 지속돼..."새 부품 교환이 최선"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이 모(여.46세)씨는 지난해 3월 르노삼성 SM5 구입 후 원인 모를 차체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구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행 중 차체 앞쪽에서 상당한 소음이 발생했다. '콘솔박스와 알루미늄 틀 사이에서 나는 소리로 추정된다'는 서비스센터 진단에 따라 관련 부품 전체를 교체했지만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소음 때문에 한달에 한번 꼴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는 이 씨는 "수 차례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스트레스만 심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조사 측은 부품을 새 것으로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례 3 = 30여 차례나 수리 받았지만 소음 문제 고치지 못해, 이 정도면 원만한 해결?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에 사는 전 모(남)씨는 엔진 결함으로 인한 심한 소음과 진동으로 30여차례나 수리를 받았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1년 9월 약 6천700만원에 구입한 지프 그랜드체로키 차량은 6개월 운행 후부터 주행 중 바퀴가 빠질 것 같은 심한 떨림이 발생했다. 수리 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지만 공식정비센터에서도, 본사 콜센터에서도 형식적인 답변만 이어졌다고. 그는 "또다시 고장이 발생할까 항상 노심초사하며 저속운전만 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제조사 측은 이미 원만히 종결된 사안이라고 짧게 답했다.

◈ 내부 소음은 자동차의 안전성에 의구심 높여, 기준 세우기도 쉽지 않다  

운전자들이 다른 어떤 문제보다 자동차 소음에 민감한 것은 주행 중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탓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자동차에서 미세한 소음과 이로 인한 떨림 현상은 운전자들에게는 안전를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소음이 간헐적으로 나타나 피해를 입증하기 힘든 경우를 비롯해 반복적인 수리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아 지속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운전자들이 많아  소음 관련 피해 대책 및 기준 수립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제조사 측도 소음 문제로 골치가 아픈 건 마찬가지. '소음'이 주관적인 체감에 많이 좌우되고 있는데다 동력장치 특성 상 일정 소음이 발생할 수 있지만 '소음=제품 하자'라고 주장하는 운전자들이 많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도 소음 분쟁은 해결하기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라면서 "눈에 보이는 문제가 아니라 판단하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최대한 해결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자동차 관련 소음 규정은 소음 진동관리법에 따른 기준이 있지만 이는 배기소음, 주행소음, 경적소음과 같이 외부로 발산하는 소음에 대한 규정일 뿐 실제 차량 내부에서 느끼는 소음 피해를 규정하는 부분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따라 차량 결함으로 판명되면 품질보증기간 이내의 경우 해당 부품에 대한 무상수리 혹은 교환이 가능하지만 소음은 그나마 기준이 없어 하자로 판정 받기도 불가능하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주택 생활소음 기준'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내부 소음 문제도 기준 정립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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