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싱 피해 구제, 생색만 잔뜩 내고 실행은 '오리무중'
상태바
스미싱 피해 구제, 생색만 잔뜩 내고 실행은 '오리무중'
  • 양창용 기자
  • 승인 2013.05.23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주 이내 처리' 믿었다간 자라목 될 판...늑장 대처에 소비자 2번 울어
 

급격이 늘어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시행된 '스미싱 피해 구제 대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실질적인 보상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관련 업체들의 '생색내기일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 구제의 책임이 있는 이동통신사, 소액결제대행사, 게임사등이 서로 핑퐁을 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

스미싱 피해가 급속히 확산돼 사회문제로 번지자 지난 3월 18일 경찰청 사이버테러센터는 피해자가 경찰서에서 확인서를 발급 받아 이동통신사-소액결제대행사-게임사 어디로든 제출하면 절차에 따라 피해 금액을 환급 받을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 조치를 내렸다. 구제 처리기간이 길어질 경우까지 우려해 접수 후 2주 이내, 청구서가 발급되지 않았다면 월말 청구서 발급시까지로 처리 시한까지 지정했다.

그러나 실상은 2주는 커녕 2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비일비재해 억울한 피해를 겪은 이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 www.consumerresearch.co.kr)에 따르면 소비자고발센터 등을 통해 접수된 스미싱 피해 구제 대책 관련 불만 건수는  총 41건. 피해 구제 제도가 시행된 지 2달 남짓한 기간이란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피해 유형도 ▶ 업체 간 책임 회피 ▶ 피해 구제 접수 후 대금지불 거부 및 지연 등 늑장 대처에 대한 불만이 다수를 이뤘다. 특히 스미싱 사기 특성상 구제 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커 불만 강도 또한 거센 편.

생색 뿐인 제도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도록 업체간의 신속, 정확한 환급 절차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 통신사에 피해 구제 신청 서류 제출 1달 넘도록 접수조차 안돼

2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한 모(여)씨는 스미싱 피해 구제 프로그램 진행방식에 열불이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 국내 모 게임업체로부터 소액결제 명목으로 25만원이 결제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한 씨. 평소 게임을 하지 않아 뭔가 싶어 확인해보니 '휴대전화 스미싱 피해'였다.

다행히 스미싱 피해 구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는 희소식을 접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상 요청을 했다.

하지만 구비 서류 제출 후 오랜시간 감감 무소식이라 문의하자 '팩스로 보낸 서류가 사라졌으니 다시 접수를 해야한다'고 하더니 몇 시간 뒤 다시 서류를 찾았다며 접수 절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3월 중순에 접수한 서류가 무려 한 달이 넘도록 방치되어 있었던 것.

이통사를 통해 구제 받기 힘들겠다고 판단한 한 씨는 직접 게임사를 찾았고 담당자로부터 "이통사로부터 관련 서류가 넘어온 게 없으니 처음부터 다시 구제 신청을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한 씨는 "처음엔 경찰서에서 구비 서류만 있으면 당장 구제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더니 2달 동안 실질적으로 진행된 것이 없었다"며 "이렇게 무책임하게 일처리를 하면서 고객 피해 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양심에 찔리지도 않냐"고 꼬집었다.

◈ 게임사 "곧 해결" 약속 믿었더니 한달 넘게 감감무소식

인천 서구 신현동에 사는 정 모(여)씨는 지난 2월 말 스미싱 문자메시지를 받고 궁금한 마음에 클릭했다가 10만원어치 소액결제 사기를 당했다.

통신사와 소액결제대행사에 구제 요청을 했지만 책임을 떠넘기기만 해 포기해야 했다는 정 씨는 '스미싱 피해 구제 대책'이 빚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정씨는 피해 직후 경찰서에서 관련 서류를 발급 받아 소액결제를 승인한 게임사에 접수했다.

"곧 해결 될 것"이라는 직원의 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약속한 2주가 지나도록 전혀 회신이 없었다. 게임사 문의시마다 처리 과정이 지연될 뿐 환급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결국 한달이 넘도록 처리가 되지 않자 도움을 요청하기게 이른 것.

정 씨는 "정책상으론 통신사-결제대행업체-게임사 모두 도와준다고 하는데 정작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곳 없으니 무슨 소용이냐"며 힐책했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당 사에 5월 초까지 접수된 결제 피해 구제 건은 대부분 환급 처리가 완료됐다"면서 "고객이 직접 고객센터를 통해 다시 문의하면 서류 절차 확인을 통해 바로 환급처리토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심사 기간 3주 이상 소요, 콜센터와의 상담은 하늘의 별따기

스미싱 피해 구제는 크게 4단계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경찰서에 스미싱 피해 내용을 신고해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을 수령(1단계)한 후 이동통신사, 결제대행사, 게임사 등 관련사업자에게 관련 구비서류 제출(2단계), 관련 사업자의 확인 연락(3단계)를 거쳐 피해 금액 청구 보류나 환급(4단계)으로 이어진다.

피해 금액 환급 주체가 되는 각 업체들은 지연상황에 대해 "환급에 보통 3주 정도 걸리지만 피해자 특성에 따라 기한은 조금씩 늘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비 서류가 많다보니 서류가 미비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이해 관계가 복잡해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업체에서 사실 확인차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게 되면 모르는 번호라고 무작정 회피하시는 분들이 많아 본의 아니게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해구제 요청건이 많다보니 고객센터 통화량이 많아 연결이 지연되는 점도 민원이 깊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시각은 다르다. 이통사-결제대행사-게임사 모두 스미싱 피해에 대한 연대책임으로 신속한 처리를 하기 보다는 서로 미루기에 급급한 모양새라는 것.

구제 요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고객센터(콜센터)'밖에 없지만 상담원과 통화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 접수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통사의 관계자는 "피해 구제 제도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보완책을 마련해나가면서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