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발암물질? 안전하다던 식약처 늦장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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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발암물질? 안전하다던 식약처 늦장 실태조사
  • 컨슈머리서치
  • 승인 2018.04.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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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커피컵에 '발암경고' 문구 부착...국내는 '아크릴아마이드' 규정 없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커피 컵에 ‘발암 경고’ 문구를 붙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아크릴아마이드의 위험성이 부각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3월 커피, 감자튀김 등의 아크릴아마이드 함유량을 조사하면서 구체적인 제품별 함유량과 섭취량 등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식약처는 아크릴아마이드와 관련해 국내 식품이 전반적으로 ‘안전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미국 법원 판결을 계기로 불안감이 조성되자 다시 한 번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살충제 계란'사태 때도 국내 계란은 품질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바람에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 국내 소비자 섭취 수준 ‘안전’?...괜찮을까

지난해 3월 식약처는 감자튀김과 감자스낵의 아크릴아마이드 함유량을 조사한 결과 10년 전에 비해 지속적으로 저감화를 실현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당시 공개된 자료는 “감자튀김과 감자스낵 제조과정 중 생성되는 아크릴아마이드 검출치가 0.38mg/kg로 10년 전인 2006년 1.35 mg/kg에 비해 70% 정도 감소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발표 자료가 감자 제품에 한정돼 있는데다가 아크릴아마이드를 얼마나 줄여야 안전한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준과 설명이 없어 ‘정말 안전한 수준’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게다가 감자튀김은 맥도날드, 버거킹 등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제품, 감자스낵은 오리온 포카칩 등 국내 제과업체에서 생산한 제품 등을 기준으로 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제조업체들은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감자튀김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얼마나 나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실험 데이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당시 국내에서 판매되는 400여 품목을 조사했지만 감자와 후추 등을 통해 섭취하는 아크릴아마이드가 다른 음식에 비해 높기 때문에 이를 집중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커피 콩 역시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커피빈, 이디야 등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커피 콩의 아크릴아마이드 위해도 비중이 9.8% 수준인데다가 국내 소비자들의 커피 섭취량으로는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위해도 비중 10%가 어느 정도 위험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조사 결과로는 커피 콩뿐 아니라 아크릴아마이드 전체 섭취량이 크게 위해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커피의 경우 국내 섭취량이 늘어나고 있어 다시 한번 올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위해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면 발암물질 ‘아크릴아마이드’ 생성

아크릴아마이드는 음식을 조리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인 만큼 식약처는 저감화 의무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한다.

커피 콩을 볶을 때 나오는 문제 성분은 ‘아크릴아마이드’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2A)’로 규정한 발암물질이다.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남성 생식장애와 발달장애 등의 위험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산업적으로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이지만 식품에서도 높은 온도에서 탄수화물을 조리할 때 생성된다. 주의해야 할 식품은 감자튀김, 감자스낵, 곡류로 만든 과자, 볶은 커피 콩 등이다.

그동안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한 법적인 규제는 없었다. 곡류 등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때 자연적으로 나오는 만큼 ‘의무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닌 점차 줄여가는 것을 권장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로 저감화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권고에 머무르다 보니 ‘저감화’가 잘 되지 않자 점차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유럽연합(EU)에서 처음으로 아크릴아마이드 식품 잔류량을 법적으로 규제하기로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지난 3월29일 커피 콩을 볶을 때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된다며 스타벅스 등 90개 커피업체에 ‘발암 경고’ 문구를 부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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