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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진료 의사 아닌 계약병원 자문으로 보험금 거절 일쑤

의료자문제도 악용...금감원, 강제성 줄이고 중립성 강화로 개편 중

컨슈머리서치 csnews@csnews.co.kr 2018년 03월 12일 월요일

보험사들의 의료자문 제도 악용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이같은 행태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서 앞으로 개선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보험금 청구 시 보험사들이 정작 진료했던 의료진은 도외시한 채 서류 기록만 수취해 의료자문을 의뢰한 뒤 이를 빌미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에 대해 거세게 항변하고 있다.

충북 천안시에 사는 송 모(남)씨는 의료자문을 의유로 삼성생명으로부터 뇌경색 진단 보험금을 못 받고 있다.

2015년 6월 뇌경색이 발병해 1년6개월 간 통원치료를 받았는데, MRI 진료기록 상 표기가 '의증'으로 돼 있다며 손해사정인이 의료자문을 요청한 뒤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송 씨는 “직접 진단한 병원에는 일언반구 자문을 구하지도 않고 진료기록지만 가지고 타 병원에판정을 의뢰한 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며 “부당한 보험사 처우에 분노하며 소송해서라도 꼭 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뇌경색 등은 마비 증상이 보통 나타나는데 송 씨는 그렇지 않았던 반면 진단서에는 ‘의증’으로만 기재된 애매한 상황으로 의료자문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자문 결과 ‘열공성 뇌경색’으로 판명됐고, 이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례에 준거해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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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들은 동의를 받은 뒤 의료자문을 진행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의 절대적 근거가 되는 것을 알았더라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했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신 모(여)씨는 피보험자인 아버지가 뇌출혈 진단을 받았음에도 보험사인 미래에셋생명이 의료자문 등을 근거로 보험금 부지급 사유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분노했다.

신 씨가 2004년 가입한 ‘마이닥터건강보험’에는 뇌출혈 등 뇌졸중이 10대 성인질환 중 하나로 규정돼 있으며 이에 준거해 발병 시 ‘일반 입원비’가 아닌 ‘10대 성인질환 입원비’가 지급된다.

신 씨의 아버지는 2004년 뇌출혈 발병 후 처음에는 ‘10대 성인질환 입원비’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수령했다. 그런데 2012년께 보험금이 일반 입원비로 감경돼 지급되더니 최근에는 의료자문 등을 근거로 일반 입원비 지급 또한 중단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신 씨는 “약관에는 뇌출혈을 10대 성인질환으로 보고 기간에 상관 없이 보험금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미래에셋생명 측은 뇌출혈 치료기간을 2~3년으로 본다며 이 기간이 넘어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부지급 사유를 만들기 위해 의료자문제도를 악용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신 씨는 입원 시에도 산책이나 운동 등을 하는 등 통원치료가 가능한 상황임에도 입·퇴원을 반복하며 보험금을 수차례 수령했다”며 “정확한 판단을 위해 가입자 동의를 얻어 2개 이상의 병원에 의료자문을 요청했고, 통원치료가 가능한 뇌출혈 병증이라 입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자문 결과에 따라 부지급 통보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원과 금감원 등도 당 사의 처리가 타당하다고 보고 신 씨의 민원을 기각했다고 덧붙였다.

◆ 가입자들 “보험금 안 주려고 의료자문 제도 악용”...보험사 “객관성 확보 차원”

앞서 사례 외에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한화생명, 삼성화재, 신한생명, 현대해상, 교보생명, DB손해보험 등 다수의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는 민원이 쌓이고 있다.

가입자들은 공통적으로 보험사가 직접 진료한 의사를 제외하고 의료기록지 등 서류만으로 다른 의사에게 의료자문을 구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행태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객관성 확보 차원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분쟁 건이 될 경우 직접 진료했던 의사의 소견은 아무래도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보다 정확하고 공정하게 파악하기 위해 가입자 동의를 얻고, 최대한 많은 서류를 발급받아 제3의 의료기관에 의뢰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보험사가 의뢰하는 의료자문 또한 객관성 시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문병원과 자문의는 보험사와 정기적인 거래 관계인 경우가 대다수다. 자문의들은 자문 1건 당 통상 30~100만 원 정도의 자문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관계 유지 등을 이유로 자문을 의뢰한 보험사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 금감원 "직접 자문 의뢰 체계 구축 계획"...가입자도 적극 대응해야

금감원 등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생명·손해보험협회나 보험사 등과 협의해 의료자문 만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조치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억울하게 보험금을 받지 못한 사례가 다수 있는 만큼 진단서 같은 의학적 증거가 확실하다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며 “쟁점이 있는 경우 전문의학회가 추천한 전문위원, 그리고 의사협회에 금감원이 직접 자문을 의뢰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입자 또한 보험사의 의료자문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원칙적으로 의료자문은 주치의의 진단이 불분명한 경우 예외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요청할 경우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고, 동의할 권리가 가입자에게 있다.

자문의뢰서와 자문결과 공개도 요구할 수 있다. 의뢰 내용과 제출 자료에 따라 자문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만큼 의뢰서가 중립적으로 작성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반드시 자문 전 의뢰서를 사전 공개 요구해 적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의료자문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경우 보험사와 계약한 거래병원이 아닌 제3의 병원에 신체 감정을 요청할 수 있다. 보험사와 협의해 종합병원급 이상의 중립적인 병원에서 재감정이 가능하며, 감정 소요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할 수 있다.

의료자문과 관련한 보험사-소비자간 분쟁 건수는 2013년(1364건) 이후 매년 늘어나 지난해 2112건으로 집계되는 등 증가 추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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