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지연‧결항 피해에도 소비자 배상은 쥐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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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지연‧결항 피해에도 소비자 배상은 쥐꼬리
  • 컨슈머리서치
  • 승인 2018.01.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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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보상기준 강화 행정예고...실효성 '의문'

# 항공기 연결 지연의 직접적 사인은 비밀? 인천 남구 주안동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8월 베트남 하노이로 휴가를 떠나며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했다. 밤 11시 출발예정이던 비행기는 ‘항공기 연결 지연’으로 이튿날 새벽 2시50분 출발로 변경됐다. 항공사 측은 탑승객 전원에게 문자로 안내했다고 했으나 김 씨와 주변 사람은 받지 못했다며 적절한 안내와 조치가 없었다는 게 김 씨 주장. 직원들도 ‘연결 지연’이라고만 할 뿐 직접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고. 김 씨는 “출발 지연 원인에 대한 정확한 안내도 없었고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 기상악화로 결항, 타사는 탑승 진행 강원도 원주시 태장동에 사는 최 모(여)씨는 지난 12월 가족과 함께 오키나와에 갔다가 돌아오며 이스타항공을 탈 예정이었다. 현지에서 12월23일 오후 3시 출발 예정이던 항공기는 밤 11시가 다 돼서야 결항이란 사실을 안내 받았다. 담당자는 ‘기상악화’로 결항됐다고 말했지만 다른 국내 항공기가 속속 도착하는 걸 본 터라 신뢰가 가지 않았다고. 결국 여행사에서 수배한 국내 타 항공기를 타고 돌아왔다는 최 씨는 “기상악화로 대기하다 근무시간이 지나 대체 직원이 없어 출발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항공기 지연·결항이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고질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지난 1일 항공운송의 불이행·지연에 대한 보상기준 강화 내용을 담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결항·지연이 정비, 공항사정 등 불가항력적 사유였다는 점을 업체가 입증해야만 배상 책임을 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만약의 분쟁을 예방하고 피해 발생시 소비자가 신속하고 적절한 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게 공정위 측 입장이다.

지금까지 수년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항공기 지연, 결항 등과 관련해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보상 처리가 불만족스럽다'는 소비자 불만이 줄을 이었다.

지난 12월 말 해무로 항공기 수백여 편이 지연‧결항된 경우에도 결항될 때까지 안내를 제때 받지 못해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거나 항공사가 아닌 면세점 직원의 안내로 결항 사실을 알게 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항공기가 지연·결항되는 사유도 대부분 기상상태나 갑작스런 정비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라고 밝히다 보니 소비자는 억울해도 이 경우 배상을 받기란 쉽지 않다. 이 경우 항공사는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발생하면 별도 보상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도의적 차원에서 식사쿠폰을 제공하거나 일부 금액을 배상하는 등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공정위, 항공기 결항‧지연 배상 강화...실효성 논란 남아

일부 소비자는 직원 교체 등으로 인한 장시간 출발 지연에도 보상을 피하기 위해 '기상악화' '정비'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는 의혹마저 품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내놓은 개정안에 따르면 항공기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결항 또는 지연돼도 항공사가 입증하는 경우에 한해 보상책임이 면제되도록 했다. 그전에는 기상상태, 공항사정, 항공기 접속관계,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조치나 정비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발생하면 항공사 보상 책임이 면제됐었다.

결항될 경우 항공사의 배상범위도 확대됐다. 대체편이 제공된 경우에는 시간에 따라 USD200~600을 배상하도록 하고, 대체편이 제공되지 못한 경우에는 USD600을 배상하도록 정했다.

수하물이 분실·파손되는 경우 외에 운송이 지연될 때도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실질적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기업과 소비자 간 합의 권고 수준의 가이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진에어, 티웨이, 제주항공 등 항공사들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지연은 배상책임이 없고 도의적 차원에서 처리한다"는 동일한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상상태처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외에 주로 정비나 주기적으로 항공기를 정검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운송지연이나 결항 발생 시 소비자를 위해 대체편을 신속하게 투입하는 등 항공사의 노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하더라도 상법상 유사한 내용이 규정돼 있어 그에 맞춰 개정하는 것이다"라며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업체 관계자들은 "행정예고 직후여서 아직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절차에 따라 조치를 규정 반영 등을 취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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