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스마트폰 87종 출고가 동일 '담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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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스마트폰 87종 출고가 동일 '담합' 의혹
  • 컨슈머리서치
  • 승인 2017.11.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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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동일 모델이라도 통신사별로 판매가 달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서 지난 8년 간 동시 출시한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팬택 등 4개사 스마트폰 87종의 초기 출고가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는 가격 담합 의심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 3사가 사전 협의했다는 근거가 없는 이상 가격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담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2009년 10월 22일부터 올해 11월 3일까지 만 8여 년간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팬택 등 4사가 출시한 스마트폰 191종의 출고가를 조사한 결과 이 중 통신 3사가 ‘동시 출시’한 87종의 동일 모델 스마트폰 초기 출고가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1건의 예외도 없었다.

출고가는 통신사와 제조사가 협의해 결정하는 이통사의 휴대폰 판매 기준가격으로 ‘정가’가 아니다.

국내 이통사는 제조사로부터 스마트폰을 대량 매입해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통 채널이다. 물품 매입 과정에서 단가를 낮춰 판매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을 펼치는 마트나 백화점, 온라인몰 등 유통사들처럼 대량 구매의 이점을 살려 타사와 가격 경쟁을 할 법도 한데 한 번도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 4개 제조사 이외에 구글에서 출시한 넥서스 스마트폰 등은 각 사별로 초기 출고가가 다른 경우가 있었지만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주요 4개사 제품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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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는 2010년 10월 LG전자의 '옵티머스원(64만9천 원)'을 최초로 함께 판매한 이래 매년 동시 출시 제품 수를 늘려왔다. 3사 동시 출시 스마트폰은 ▲2010년 1종(전체의 6.3%) ▲2011년 3종(12.0%) ▲2012년 7종(41.2%) ▲2013년 12종(46.1%) ▲2014년 17종(65.4%) ▲2015년 15종(60.0%) ▲2016년 15종(55.6%) ▲2017년 11월 3일까지 17종(73.9%) 등 총 87종에 달한다. 이 스마트폰의 초기 출고가는 3사 모두 동일하다.

심지어 3사 중 2개 사만 출시한 스마트폰 17종도 2개사의 가격이 같았다.

◆ 해외 통신사는 최신 스마트폰도 가격 경쟁해...국내서도 드물지만 사례 있어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동일 모델이라도 통신사별로 판매가를 달리 책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올 3월 출시된 갤럭시S8의 경우 미국 AT&T는 750달러(83만6천 원)에, 버라이즌은 이보다 30달러 저렴한 720달러(80만 2천 원)로 기준 가격을 설정했다. 이달 3일 일본에 출시된 아이폰X 64GB의 경우 일본 최대 이통사인 NTT도코모는 세금포함 12만5천64엔(122만5천 원)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소프트뱅크는 동일 모델을 13만1천40엔(128만4천 원)에 판매 중이다.

국내 이통사들도 출고가를 달리 책정해 휴대전화를 출시하거나 가격 경쟁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2015년 10월 20일 이통 3사가 출시한 구글의 스마트폰 ‘넥서스5X'는 SK텔레콤에서 초기 출고가 50만8천200원에, KT와 LG유플러스에서는 47만5천20원에 출시하기도 했다.

유통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 사례는 또 있다. 삼성전자 삼성모바일스토어, LG전자 LG베스트샵 등 주요 제조사 유통매장에서 판매하는 자급제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가격은 통신사 출고가와 다르다.

2014년 10월 31일 출시된 아이폰6의 경우 출시 전 LG유플러스는 경쟁사가 80만 원 대 판매를 검토하고 있는 사이 70만 원대 후반으로 출고가를 책정하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실행되지 않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출시 당일 78만9천800원이라는 동일 가격에 아이폰6를 출시했다.

통신사의 의지만 있다면 출고가를 달리 책정해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음에도 주요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가격 경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거 'SK텔레콤은 스카이(SKY), LG데이콤(LG유플러스의 전신)은 싸이언(CYON)' 식으로 통신사별 전용 휴대전화를 판매하던 30여년 간의 관행이 자연스레 이어지며 공동 출시 스마트폰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시민단체 “담합 의심 여지 충분”...공정위 “가격만 같다고 담합이라고 볼 순 없어”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담합이라고 의심해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제조사나 이통사가 요금제나 단말기 가격 등을 담합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물론 제조사나 통신사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단말기 공급가나 출고가 등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 피해 여지나 각종 오해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공정위 등이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반면 공정위는 가격이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담합으로 볼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바와 같이 담합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각 주체간의 사전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이통 3사가 상호 합의했다는 근거가 없는 이상 담합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통사들은 스마트폰 출고가를 제조사와 논의할 뿐 3사 간의 합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초기 출고가는 제조사와의 협의 등을 통해 결정하며, 공급가에 마진율을 책정해 출고가를 결정할 때 타사가 얼마 정도에 판매할 것인지 시장 정보 등을 획득해 출고가 책정에 반영하기도 한다”며 “절대 이통 3사가 출고가를 사전 협의하지는 않으며, 각 사마다 단말기 할인이나 선택약정 등 할인율이 천차만별이라 담합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출고가격 결정권이 제조사에 있는지, 이통사에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출고가격을 제조사가 결정한다면 담합 논의에서 이통사들이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 측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은 이번 국감에서 "제조사는 소비자가(출고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통사에 기준가격을 제시하고 이통사는 이에 기반해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해서 소비자가를 정한다"며 "가격을 제조사가 통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출고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이통사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KT 황창규 회장은 "프로모션에서 일부 차이가 있지만 대리점까지 (출고)가격은 모두 제조사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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