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모, 보험사기 가려내려다 피해자 양산 '역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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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모, 보험사기 가려내려다 피해자 양산 '역기능'
  • 컨슈머리서치
  • 승인 2017.11.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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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책임면피용 악용 지적...가이드라인 필요 제기

인천 부평구에 사는 윤 모(남)씨는 지난 6월 접촉사고로 상해를 입었다. 며칠 뒤 가해자 측 보험사에서 마디모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후 시뮬레이션 결과 '상해없음'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보험금을 토해내야 했다. 뒤늦게 주변에 알아 보니 가해자 측에서 마디모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큰 외상이 없는 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윤 씨는 "사고를 낸 가해자가 오히려 마디모 프로그램 운운하며 위협하더니 결국 상해 없음이란 결과로 보험금을 토해냈다"면서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 오히려 선량한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지난 2009년부터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가려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교통사고 분석 프로그램 '마디모'가 오히려 선량한 교통사고 피해자의 보험금을 빼앗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나이롱 환자'로 분류되는 일부 보험사기 가해자를 적발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치명적인 외상이 있지 않는 한 '혐의 없음'으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교통사고 가해자가 마디모를 책임 면피용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

일부에서는 보험금 지급을 미루려는 보험사가 가해자를 종용해 마디모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디모 의뢰 건수가 폭증하자 경찰청과 손해보험업계는 피해 정도와 보상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신청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마디모는 '양날의 검'으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 피해자 구제수단에서 보험금 미지급 도구로 악용 우려

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도 악용되고 있는 마디모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경미한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신청을 할 수 있어 사용 권한이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모든 사고에 대해 정확히 판단을 내릴 수 없음에도 과실에 대한 '절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마디모 프로그램을 통한 국과수의 결과는 부러지고 깨지는 수준의 외상이 아닌 경우 대부분 '인과관계가 없다'인데 보험사에서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사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향후 교통사고 가해자가 마디모 프로그램을 요청할 때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사례에 대해서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감원도 마디모가 오용되거나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는 등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현장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마디모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해 과실비율을 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의 기능을 넘어 판례가 바뀌는 등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디모에 대한 논란은 이미 수 년째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마디모 신청 건수가 폭증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결과가 부실하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보험사기 예방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의뢰 건수가 기하급수로 늘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마디모 의뢰건수는 2010년 32건에 불과했지만 매년 급증해 2015년 1만6천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2만여 건에 육박하고 있다.

마디모 의뢰 1건 당 평균 2주 정도 검증작업이 필요하고 담당 인력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의뢰 건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보니 교통사고 피해자의 신체조건과 사고 당시 조건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판단하지 않고 이미 산출된 자료를 기반으로 변수만 바꿔 결론을 내고 있다. 사고 충격과 이로 인한 신체 상해여부까지는 기존 데이터 적용이 가능하지만 개인 신체별 특징과 사고 이후 후유증까지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디모 의뢰 급증은 가해자 또는 피해자 중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의뢰 조건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간단한 사안도 일단 의뢰를 하다보니 프로그램 도입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 손보업계 "마디모 의뢰건수 늘수록 민원도 증가"...가이드라인 필요

한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화재 등 손보사들은 마디모의 남용으로 과거보다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 사기범을 잡는 당초 취지와 달리 가해자의 이익과 손보사들의 손해율을 잡는 도구로 변질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과수나 도로교통공단 등 마디모를 운영하는 주체들도 '보험금 지급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손보사 입장에서도 무분별한 마디모 의뢰로 인해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도입 초기에는 피해 구제를 위해 보험사가 마디모 제도를 소개해주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가 먼저 신청을 하는 경우가 다수이고 마디모 결과를 놓고 불복한 소비자들이 오히려 민원을 제기해 보험사가 중간에서 난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

한 손보사 관계자는 "마디모 프로그램은 보험사기, 나이롱 환자를 적발하고 선량한 고객들을 보호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불복하는 고객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아 보험사에서도 적극적으로 권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만 순기능이 많은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는 동일하다"고 전했다.

경찰청과 손보업계는 올해부터 마디모 신청과 보험금 지급 기준을 새롭게 만들기로 협의를 진행중이다. 지금처럼 신청이 남발할 경우 제도 도입 취지가 변질된다는 것에 뜻을 모은 탓이다.

이 뿐만 아니라 마디모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사고 유형별 입원 기준이나 보상 유무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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