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 '품절' 핑계 구매취소 잦아..가격 올려 재판매도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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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몰, '품절' 핑계 구매취소 잦아..가격 올려 재판매도 성행
  • 컨슈머리서치
  • 승인 2015.09.0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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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재고 관리로 시간낭비 시키고 일방 통보 한마디로 ‘끝’
#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백 모(여)씨는 올해 초 아이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변신 장난감 ‘다이노포스 티라노킹’을 오픈마켓에서 14만5천 원에 구입했다. 제조사에서 공시한 가격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한 것. 하지만 열흘 넘게 기다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야 ‘배송중’에서 ‘주문취소’로 상태가 변경된 것을 알게 됐다. 품절로 인해 부득이하게 취소했다는 설명이었다. 부랴부랴 제품을 검색하니 같은 판매자가 가격을 5만 원 올려 판매하고 있었다고. 백 씨는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어 비싼 가격인데도 구입했는데 슬쩍 가격을 올려놓고 해외 출장을 핑계로 연락도 안 받는다”며 “소비자가 잃어버린 시간은 어디서 보상받느냐”고 하소연했다.

온라인 몰들이 제품을 판매한 후 일방적으로 ‘품절’이라며 ‘구매취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낭패를 겪고 있다. 허술한 재고관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 판매자들은 품절을 핑계로 구매취소한 후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소비자들은 가격을 비교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거치며 시간을 톡톡히 투자하는 것은 물론 ‘배송 중’을 믿고 기다리기까지 수십 일을 고스란히 잃게 되지만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판매자 측의 일방적 구매취소에 대한 보다 엄격한 제한과 피해 보상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3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가 지난 201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접수된 ‘품절로 인한 구매취소’ 관련 민원을 조사한 결과 매년 700여건 이상의 민원이 발생했다.

2012년 613건, 2013년 739건, 2014년 707건, 2015년 상반기 접수된 제보가 351건에 달했다. 수년이 지나도록 일방적인 영업 관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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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태별로는 옥션,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이 1천191건(49.4%)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GS몰, H몰, 롯데닷컴, CJ몰, SSG닷컴 등 대형 기업형 온라인 몰이 386건(16%), 티몬,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207건(8.6%) 등의 순이었다. 개인 쇼핑몰 역시 626건(26%)에 달했다.

총 2천410건 중 지연 시간까지 확인 가능한 제보 213건을 기준으로 날짜를 계산한 결과 주문부터 품절 통보까지 평균 13.9일이 소요됐다. 최단 기간이 2일이었고 가장 길게 지연된 시간은 무려 60일이었다.

품절이라며 구매취소한 후 가격을 올려 판매한 사례도 143건(5.9%)이었다. ‘품절로 인한 구매 취소’가 가격인상의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소비자가 취소 통보를 받은 후 실제 재판매 여부까지 직접 확인한 경우라 전체 실태조사를 진행할 경우 ‘품절 후 가격 인상 판매’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식은 유사하다. 판매 후 ‘배송대기 중’이나 ‘배송 중’ 상태로 시간을 끌다 품절, 물량 소진을 이유로 ‘구매 취소’ 통보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매 취소에 대한 통보조차 없이 일방 처리되는 경우도 다반사였고 결제한 카드대금이 취소 처리돼서야 물품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일방 취소하고도 환불을 몇 주씩 지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품목은 의류, 신발 등 패션용품이 가장 많았고 가구 등 생활용품, 여행상품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성수기에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상품에서 이같은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등을 전후로 장남감 ‘품절’ 사태가 집중되고 에어컨 등 계절 가전도 성수기에 ‘품절’ 후 가격인상되는 단골상품이다. 지난 상반기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위생 마스크를 구입했다 품절 통보로 낭패를 겪은 소비자들이 많았다.

◇ 시간 투자로 인한 피해 크지만 보상장치 없어

이처럼 소비자들이 겪는 피해는 명백하지만 보상받을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가격을 비교하고 결제한 뒤 물품을 기다리는 시간 투자가 만만치 않지만 제도적 보상 장치가 전혀 없다.

품절을 핑계로 구매취소한 후 가격을 올려 받더라도 고의적인 꼼수 영업이란 사실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업체들은 백화점이나 일반 매장 등을 통해 동시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실시간 재고 파악이 어려워 생기는 문제일 뿐 고의성은 없다는 설명이다. 각종 프로모션 등으로 할인가에 판매된 상품의 재고가 떨어져 행사 후 원래 가격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판매자는 3영업일 이내(배송 기간 제외)에 주문 받은 재화 공급을 위한 조치를 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공급이 어려울 경우 지체 없이 사유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고 역시 ‘3영업일 이내’에 환불토록 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조치를 내리고 시정조치마저 어길 경우 1년 이내 영업정지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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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소비자는 직접적인 보상을 받을 수는 없지만 시정조치가 되도록 민원을 제기할 수는 있다. 판매자가 통신판매업 신고를 한 관할 시군구청나 공정위 홈페이지 (민원참여-불공정거래신고) 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접수하면 된다.

공정위는 이렇게 접수된 민원의 사실 여부 파악 및 경중을 따진 후 직권으로 ‘시정조치’, 이후에도 반복되면 ‘일부 또는 전체 영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공정위는 실제로 민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정조치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확하게 몇 건인지는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또 대부분 소비자들이 배송 지연으로만 민원을 접수해 ‘품절 등의 이유로 제품을 제공할 수 없는 사실을 3영업일 이내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자의 일방적 구매취소에 대한 제재는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더욱이 구매취소 후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제도적 제재방안조차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초에 판매 의사가 없으면서 싼 가격으로 유인한 뒤 가격을 올렸다는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사기 행위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사법기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구매취소의 경우 판매자는 어떠한 손해도 보지 않고 되레 구매 유인책으로 활용되는 반면 소비자들만 만만치 않은 시간을 허비해 피해가 크다”며 “불성실한 판매처를 걸러낼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민원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정조치에 대한 공개 등 엄격한 사후조치 및 피해보상 방안이 제도적으로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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