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 보려면 11분간, 22개 광고 '강제'관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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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편 보려면 11분간, 22개 광고 '강제'관람해야
  • 컨슈머리서치
  • 승인 2014.09.2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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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입장 관객 선택권 없는 광고에 시달려...표기방식 바꿔야

# 경기도 포천시에 사는 이 모()씨는 지난 8월 말 영화를 보기 위해 메가박스를 찾았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35분에 시작하는 영화표를 구매하고 3시 전에 입장했지만 그때부터 광고를 주구장창 봐야 했기 때문. 영화 시작 시간이라고 표기한 35분이 한참 지나도 본 영화는 시작하지 않았고 결국 20분 가까이 광고를 봐야 했다. 화가 난 이 씨가 업체에 항의했지만 본 영화는 10분 정도 늦게 시작할 수 있다는 안내문구를 티켓에 인쇄해 공지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씨는 오랜만에 아내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시간을 짜냈는데 내 돈 주고 영화를 보러가서 광고만 20분 동안 보고 있으니 화가 났다적어도 업체 쪽에서 표기한 영화 시작 시간은 지켜야 하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티켓에 적혀 있는 상영시간에 맞춰 영화관에 입장했다가는 원치도 않는 광고를
10분 이상 강제로 봐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표시된 상영시간 이전에 나가는 광고를 포함할 경우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최대 22분 동안 광고와 예고편을 관람해야 했고, 117분짜리 영화에 광고가 20분이나 붙는 경우도 있었다.

29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가 지난 920~21일 양일간 타짜두근두근 내인생을 상영하는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서울 시내 6개 주요 영화관을 대상으로 광고상영 시간을 조사한 결과, 실제 상영시간이 티켓에 찍혀 있는 것보다 평균 11분이나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 시간에 맞춰서 입장한 소비자들은 영화가 시작할 때까지 평균 11분 동안 22건에 달하는 광고를 강제로 관람해야 하는 셈이다.

광고는 주로 영화 예고편과 계열사 제품, 성형외과 광고 등 상업광고가 대부분이었다.

조사대상 가운데 광고시간이 가장 긴 영화관은 메가박스 코엑스점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으로 무려 12분 간 광고를 상영했다. 타짜를 상영하는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상영시간 이후 12분 간 24건의 광고를 상영했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 역시 타짜와 두근두근 내인생 모두 표시된 상영시간 이후에 12분간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수가 타짜는 21, 두근두근내인생은 27건에 달했다


CGV 왕십리점은 타짜와 두근두근 내인생에서 각각 19건과 20건의 광고를 내보냈고 시간은 모두 10분이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두근두근내인생 상영관에서도 10분간(표시시간 2분후부터 광고 상영 시작), 20건의 광고를 내보냈다.

영화관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티켓에 표시된 상영시간 이전에도 평균 6분 30초간 광고를 상영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1곳을 제외한 5개 영화관은 표시된 상영시간 이전에 최소 4분에서 최대 10분까지 광고를 내보내 여유 있게 입장한 관객들은 영화에 따라 최대 22분까지 광고를 봐야 했다.

 

CGV왕십리점은 타짜와 두근두근 내 인생 모두 표시된 상영시간 이전에 10분 동안 광고를 각각 16편과 19편 상영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두근두근 내인생은 표시된 상영시간 이전에는 광고를 상영하지 않았지만 타짜는 10분간 21건의 광고를 상영했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은 두 영화 모두 4~5분에 걸쳐 10여건의 광고를 보여줬다.

 

표시 상영시간 전·후에 상영된 광고를 모두 합칠 경우 광고시간이 가장 긴 곳은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타짜로 무려 22, 45건에 달했다.

 

다음은 CGV왕십리점이 두 편 영화에서 모두 20, 35~39건으로 뒤를 이었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은 16~17분으로 상대적으로 짧았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두근두근내인생은 입장 시간 전 광고가 전혀 없어 총 광고시간이 10, 20건으로 가장 적었다.

영화관들은 늦게 입장하는 관람객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예시간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제 시간에 맞춰 상영관을 찾았다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관람객들에게는 강압적인 광고 시청이란 불만이 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영화가 10분 정도 지연 상영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구로 공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관 측은 출력용 티켓 등에 이 같은 안내문을 넣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이 문구만으로 10여 분간 광고가 상영된다는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정시 입장했다가 광고 세례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과도한 광고 상영에 대한 규제도 없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진흥법)’ 은 영화 광고 시간에 대해 규제하고 있지 않고 업체 측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영화상영시간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 시간에는 광고 상영을 제한 한다는 영화진흥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 멈춰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민원이 많이 발생해 각 업체별 광고 시간을 조사하고 안내 문구를 삽입하도록 협조를 요청해 업체들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하지만 광고 시간이나 안내문구 삽입 등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어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영화관들이 고지된 상영시간에 관객들을 모아 놓고 광고를 강제 시청케 하는 것은 횡포나 다름없다소비자가 광고편 시청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실제 본 영화 상영시간을 별도 표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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