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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자동차 등 부품보유기간 '있으나마나'

강제성 없어 감가상각 보상으로 땡...자사 신제품 판촉 수단 전락

컨슈머리서치 consumer@consumerresearch.co.kr 2014년 06월 1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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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가전이나 IT기기, 자동차등 내구 소비재 업체들이 규정된 부품 보유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소비자들이 멀쩡한 제품을 수리 못하고 폐기해야 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더욱이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할 경우에도 ‘소정의’ 감각상각 적용으로 책임을 빠져나가고 그나마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사 신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판촉수단으로까지 악용되고 있어 제도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들의 AS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품목별로 의무 부품보유기간을 설정하고 있지만 권장사항일 뿐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구소비재여서 통상 5~10년을 사용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제품을 구입했지만 불과 몇 년 만에 ‘부품이 없어’ 수리를 받지 못하고 ‘쥐꼬리’ 보상에 울상 짓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9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5월까지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민원을 조사한 결과 부품보유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부품이 없어 수리를 받지 못한 사례는 총 432건이었다.

가전제품이 280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트북 등 IT기기가 118건, 자동차 34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2년 157건, 2013년 191건, 올해 5월까지 접수된 민원 건이 84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TV가 120건(42.8%)으로 가장 많았고 냉장고 48건(17.1%), 세탁기 28건(10%), 청소기 26건(9.3%), 정수기 22건(7.8%), 전자레인지 18건(6.4%) 기타 18건 (6.4%) 등이 뒤를 이었다.

IT기기는 음향기기인 헤드폰, 스피커 등이 66건(55.9%)으로 1위를 차지했고 노트북과 PC가 42건(35.5%), 그밖에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블랙박스가 10건(8.4%)이었다.

자동차 관련 민원은 부품 수급이 어려운 수입 자동차 쪽(27건. 79.4%)에 집중됐다.

이처럼 부품 수급 피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워낙 빨라지는데다 업체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단종된 제품의 부품을 제대로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각 품목별로 가전은 6~8년, IT제품은 3~5년, 자동차는 8년 등으로 부품보유기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권장사항일 뿐이어서 강제성이 전혀 없다.

업체들은 단종된 제품의 각 부품을 최장 8년까지 보유하는 비용이 큰데다 의무 보유기간을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감각상각 후 보상으로 ‘땜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감각상각 후 보상금이 너무 적어 새 제품을 구입하는데 터무니없이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문제다.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할 경우 제조사들은 잔존가치액에 최고 구입가의 5%(자동차는 잔존가치액의 10%)를 가산한 보상금을 주고 있다.

소비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잔존가치액은 ‘구매가-감가상각비’다. 감가상각비는 ‘(사용연수/내용연수)*구입가’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사용연수가 5년(60개월)이고 내용연수가 7년(84개월)인 TV를 300만 원에 구입했다면 감각상각비는 (60/84)*300만 원으로 계산돼 214만 원 가량이 되고 300만 원에서 214만 원을 뺀 86만 원에 구매가의 5%인 15만원을 가산한 101만 원을 보상받는다.

마찬가지로 사용연수가 4년 (48개월)이고 내용연수가 5년(60개월)인 100만 원대 세탁기라며 최종보상금액은 25만원이다.

소비자들이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 구입 시 7~10년의 기대감을 가지고 구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4~5년 만에 구입가의 절반도 못 건지고 제품을 폐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라이프사이클이 더 빠른 IT기기 등은 ‘특별 할인’ ‘보상 판매’ 등의 명목으로 할인쿠폰을 건네주고 자사 새 제품을 구매토록 유도하는 판촉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자동차는 주행거리나 보관 정도 등에 따라 잔존가치가 크게 달라져 가전처럼 일괄적인 계산법도 적용하지 못해 소비자 분쟁으로 번지는 일이 허다하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부품보유기간과 감가상각을 통한 보상 규정 모두 강제성이 없다보니 소비자들만 무방비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부품 보유기간을 의무화하고 부품이 없어 감각상각 보상을 할 경우 가산비율을 높여주는 등으로 소비자 피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 사례>

# 사례 1. 5년 전 150만원을 주고 LG전자 45인치 LCD TV를 구입한 이 모(남)씨는 얼마 전 TV화면이 나오지 않아 AS센터에 수리를 맡겼지만 돌아온 답은 ‘해당 모델의 부품이 공급되지 않아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 부품보유기간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해 감가상각으로 보상금 30만원을 지급할 테니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동일한 크기의 TV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선 최소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더 필요했다. 그는 “제도가 그렇게 정해져있으니 할 수 없지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규가 사실상 업체들의 면책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 사례 2. 경기도 성남시 김 모(여)씨는 2년 전 구입한 삼성전자의 지펠 냉장고 문짝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결로현상으로 교체한 문짝이 색상 다르고 홈바와 맞지 않는 등의 문제로 다시 AS를 받아야 했지만 제조사 측은 자재가 단종됐다는 이유로 감사상각 환불을 이야기했다. 김 씨는 “품질보증기간만 넘기면 문제없다는 식”이라며 “내용연수만큼 부품을 보유하지 못할 경우 전액 환불이나 제품 교체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례 3. 경기도 의정부시 녹양동에 사는 배 모(남)씨는 작년 1월에 구입한 아이리버 ‘도넛 스피커’가 4개월 만에 고장 났지만 해외 체류 중이라 AS를 보류해뒀다 최근에야 귀국해 AS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업체 측은 부품이 없어 수리가 불가능하다며 할인권을 쥐어주며 신제품 구입을 안내했다. 그는 “부품 수급 없이 업체 편의대로 할인권만 주고 생색내면 끝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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