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에어컨 고장 낭패보지 않으려면 설치부터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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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에어컨 고장 낭패보지 않으려면 설치부터 챙겨야
  • 김건우 기자
  • 승인 2014.05.30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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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에 사는 조 모(남)씨는 최근 가전 전문상가에서 에어컨을 구입했다. 냉기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구입처에 문의하자 에어컨 배관 균열로 인한 냉매 누출이라며 배관교체 비용으로  50만 원을 안내했다. 25만 원에 땜질이 가능하다는 말에 수리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참다못해 제조사에 AS요청했고 '에어컨 설치시 내구성이 강한 동관 대신 가격이 저렴한 알루미늄 배관으로 시공돼 문제가 반복됐다'는 기막힌 사실을 확인했다. 조 씨는 "당연히 제조사에서 나온 AS센터 직원인 줄 알았다"고 억울해했지만 제조사는 "사설업체나 구입처에서 임의 설치해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AS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례2 경남 김해시 삼계동에 사는 장 모(여)씨는 지난 3월 이사를 하면서 '에어컨 설치 자격이 있다'는 이사짐업체를 믿고 이전 설치를 의뢰했다. 이사 당일 제대로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제조사 AS를 불러야했고 "설치가 잘못돼 가스가 샌다"며 35만 원 가량의 수리비를 청구했다. 이사짐센터 측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수리비를 청구하자 "잘못은 시인하지만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고 항변하더니 결국 연락을 끊어버렸다.

한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에어컨 설치 문제로 인한 각종 피해가 쏟아지고 있다. 고시된 설치 금액을 무시한 채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거나 잘못된 설치로 제품 고장은 물론 누수 피해로 이어지는 식이다.

주요 제조사들이 에어컨 설치 업무를 본사가 아닌 하청업체에 위탁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검증되지 않은 설치업자의 작업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유관 기관이나 제조사 측은 자격증을 갖춘 엔지니어가 설치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판매물량이 집중되는 여름철에는 자격증이 없는 사설업자까지 동원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들이 사전에 이를 판별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럼에도 사설업체의 설치 불량으로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보상은 커녕 보증수리조차 받을 수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다.

◆ 제조사 자체 교육과정 통해 '고유 자격증' 부여...피해 보상 범위도 넓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에어컨 설치 교육 과정을 운용하고 있고 평가에 합격한 엔지니어에 한해 설치 및 수리 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다.

별도로 국가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더라도 자체 교육이 철저하게 운영되고 있고 제한된 합격자만 뽑기 때문에 설치 하자문제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자사 에어컨 설치교육을 수료하고 평가 합격자에 한해 '휘센 자격증'을 부여한다"면서 "현재 자사 이름으로 활동중인 엔지니어는 전원 휘센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오텍캐리어 관계자 역시 "전국 각 지에 전문점이 300여 개 정도 있는데 자사 교육과 평가를 거쳐서 자격증을 받은 엔지니어에게만 설치 자격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국가 자격증을 요구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제조사 자체 교육을 수 개월에 걸쳐 실시하고 무엇보다 자사 제품에 특화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만큼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설치 과정 중 엔지니어 과실로 하자가 발생해도 책임을 제조사에서 일임하기 때문에 보상을 받는데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 사설업소 저렴하지만 설치하자 보상 못받아


반면 일부 군소업체 및 사설 엔지니어의 경우 사내 교육은 실시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무자격자가 설치를 해도 규제할 방안이 없어 잠재적 피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에어컨 설치 및 유지보수를 하기 위해서는 '공조냉동 기계 기능사/기사' 자격을 취득해야하지만 일선의 사설 업자 상당수는 어깨 너머로 배우면서 익힌 기술로 설치 대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

게다가 사설업체를 통해 수리 후 문제를 생겼을 때 무상보증을 받을 수 없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소비자들 역시 신규 및 이전설치 시 제조사를 통한 설치 비용보다 사설업체를 통한 설치비용이 저렴해 무자격자에게 설치를 맡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다면 실제 에어컨 설치시 제조사와 사설업체의 설치비는 어느 정도 차이가 발생할까?

'삼성전자 스마트에어컨 Q9000(52.8m²)'을 기준으로  3M 동관을 이전설치할 경우  공식 설치업체 삼성전자로지텍은 30만 원이상이었지만 사설업체에서는 평균 25~27만 원선에서 가능했다.

물론 설치 환경과 제품의 상태에 따라 금액은 수시로 변동하지만 대체로 제조사보단 저렴하게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사설업체의 경우 홈페이지상에서 설치업자가 에어컨 설치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전혀 고시하지 않고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매 여름마다 에어컨 설치 관련 소비자 피해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품을 구입하더라도 설치를 사설업체에서 의뢰했다가 하자 발생 시 보증수리가 어려울 수 있어 되도록이면 제조사를 통해 설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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