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장애인 복지할인 '차·포 떼고' 생색내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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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장애인 복지할인 '차·포 떼고' 생색내기 수준
  • 컨슈머리서치
  • 승인 2014.04.1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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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상품 등 요금 싼 상품에는 적용 안 돼..이동통신은 ‘후 할인’ 꼼수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고 있지만 장애인 복지증진 정책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통신요금 복지할인 제도’가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되지 못하고 생색내기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요금할인 방식과 중복할인 등 세부적인 지원 조건들이 통신업체의 자체 규정에 따라 정해지고 있어 각종 제약조건이 따라 붙고 혜택도 제한적인데다 요금이 저렴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결합상품이나 알뜰폰, 할인율이 높은 일부 초고속인터넷 상품 등은 복지할인제도 자체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결국 비싼 요금 상품에 가입해서 일부 할인혜택을 받는 것뿐으로 가격이 싼 일반 상품을 이용하는 것보다 되레 비싼 경우도 허다하다.

15일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가 통신요금 복지할인 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격이 싼 결합상품이나 알뜰폰, 행사 상품 등에는 할인 혜택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와 케이블TV업체들이 인터넷과 집 전화, IPTV, 휴대전화 등 2~3개의 상품을 한 데 묶어 판매하는 인터넷 결합상품은 2~3년 기간을 약정하면 각각의 상품에 별도 가입할 때보다 할인 폭이 40~50%에 이를 만큼 파격적으로 저렴하다.


그러나 결합상품에는 복지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장애인이 가입할 경우 각각의 상품에 복지할인 30%를 적용한 뒤 요금을 합산해 산출한다. 그러나 복지할인율이 30%가 전부여서 일반인처럼 결합할인을 받는 편이 훨씬 더 유리하다.

통신사 A사의 초고속인터넷-IPTV-인터넷전화 결합상품 (3년 약정 기준)의 경우 각각의 상품에 복지할인을 적용한 뒤 합산하면 3만6천580원이지만 결합상품 할인을 적용하면 3만480원에 불과했다. 복지할인요금이 6천 원(16.6%) 이상 비싸다.

케이블TV업체 B사의 초고속인터넷-디지털TV 결합상품 역시 결합할인 요금은 대략 2만8천270원이지만 복지할인을 적용하면 3만9천950원을 내야 한다. 1만1천680원(29.2%)이 되레 비싼 셈이다.

결합할인을 적용한 뒤 복지할인을 해줘야 하지만 통신사들이 이중할인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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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든 단일상품이 복지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업체들이 약정할인 폭을 높게 책정한 상품은 복지할인 불가상품으로 분류해 놓아 아예 요금할인을 받을 수 없다.

사은품 대신 요금을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통신업체 C사의 100M급 초고속인터넷 요금은 2만 원이지만 ‘복지할인 적용 불가’로 분류했다. 복지할인을 받으려면 2만9천700원인 표준요금제에 가입한 뒤 복지할인 30%를 적용받아야 한다. 복지 할인을 받아도 790원 비싸다.

결국 비싼 요금에 가입시킨 뒤 ‘쥐꼬리’ 할인을 해주는 셈이다.

최근 요금이 싸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알뜰폰도 복지할인이 없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알뜰폰 업체인 별정통신업체들의 재무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복지 할인 적용에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장애인 할인도 기본료에서 차 떼고 포 뗀 후 적용되는 ‘후 할인’ 방식이라 할인 폭이 크게 낮다. 기초수급생활자와 차상위계층에 적용되는 ‘선 할인’ 방식이 더 유리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에 대해 이동전화 가입비를 면제해주고 기본료 및 통화료(음성 및 데이터)의 35%를 할인해 준다. 이 같은 복지할인은 요금제할인, 약정할인, 가족할인, 장기가입 할인, 휴대폰 결합상품 할인 등 다른 할인제도와 중복 적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통신3사는 다른 할인제도를 먼저 적용한 후 복지할인을 가장 늦게 적용하는 ‘후 할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약정이나 요금제 할인을 먼저 적용해 줄어든 요금에서 복지할인을 적용, 할인 폭을 낮추고 있는 것. 정상 요금에서 ‘선 할인’해 줄때보다 요금이 많게는 1~2만 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예컨대 62요금제(6만2천 원)를 쓰는 소비자의 경우 24개월 약정을 맺으면 매달 1만6천 원씩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선 할인을 적용하면 기본료 6만2천원에 복지할인 35%가 적용돼 2만1천7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후 할인’을 적용하면 기본료에서 약정할인을 제한 4만6천원에 복지할인이 적용돼 할인금액이 1만6천100원이 된다. ‘후 할인’이 월 5천600원을 더 내게 되는 셈이다.

요금제가 높고 다른 할인제도를 통해 중복할인을 받고 있다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장애인 복지 할인은 말 그대로 장애인 복지증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정책인데 통신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할인 폭을 줄이고 제외시켜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며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인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례>

#사례1=강원도 평창군에 사는 윤 모(남)씨는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대신해 통신 결합 상품에 서비스를 추가하기 위해 상담 중 놀랍게도 일반 요금제에 가입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고객센터에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현재 가입된 상품보다 장애인 요금제가 더 비싸다”는 설명만 반복될 뿐이었다. 인터넷과 TV, 인터넷 전화를 묶은 결합 상품을 사용 중인 윤 씨의 어머니가 매 달 내는 통신비는 3만원. 하지만 해당 요금제를 장애인 요금제로 전환하면 3만3천400원으로 오히려 10% 넘게 오른다는 설명이었다. 윤 씨는 “장애를 가진 가입자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다”고 기막혀 했다.

#사례2=5만4천 원 휴대전화 요금제를 이용 중인 경남 거제시 하 모(남)씨는 약정할인 2만500원을 제하고 남은 3만3천500원에 35%가 적용돼 복지할인 금액은 1만1천725원에 불과하다. 선 할인이 적용되면 5만4천원에 35%인 1만8천900원을 할인받을 수 있어 매월 7천175원을 더 내는 셈이다. 하 씨는 명세서에 ‘복지할인(기본료)’이라고 명시돼 있어 고객센터로 따졌으나 자체 규정이 그렇다는 말만 돌아왔다. 그는 “기본료에서 이것저것 다 제하고 복지할인이 적용돼 2년여 간 약 16만8천여 원의 금액을 더 내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례3=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성 모(여)씨는 작년 8월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장애 2급 진단을 받은 친정 어머니에게 폴더형 휴대전화를 사드렸다. 하지만 한 달 후 청구된 요금 내역서에는 장애인에게 적용되는 복지할인 조항이 없었다. 알고 보니 가입 통신사가 별정통신사라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성 씨는 “복지할인이 되지 않아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위약금이 20만 원이 넘어 휴대폰을 해지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업체 관계자는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라 아직 복지할인 혜택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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