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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부품보유기간 연장하면 뭐해 '그림의 떡'

단종으로 수급못해도 불이익 없어...'감가상각 보상'은 판매 미끼?

양창용 기자 consumer@consumerresearch.co.kr 2013년 11월 21일 목요일

# 5년 전 150만원을 주고 LG전자 45인치 LCD TV를 구입한 이 모(남)씨는 얼마 전 TV 화면이 나오지 않아 AS센터에 수리를 맡겼다. 하지만 며칠 뒤 수리기사에게서 '해당 모델이 단종돼 부품이 공급되지 않아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부품보유기간까지 남은 기간 2년을 감안해 감가상각으로 보상금 30만원을 지급할테니 마무리하자는 것. 하지만 동일한 크기의 TV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선 최소 100만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해 이 씨는 사설수리업체까지 수소문했지만 사설업체 역시 제조사로부터 부품을 수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수리가 불가능했다. 그는 "제도가 그렇게 정해져있으니 할 수 없지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규가 사실상 업체들의 면책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 갤럭시노트1을 사용 중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사는 신 모(여)씨는 지난달 27일 사용 부주의로 액정을 깨뜨렸다. 다음날 AS센터를 찾았으나 액정을 교체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국에 부품이 없어 들어오는대로  연락 준다는 말이 전부였기 때문. 출시된 지 2년도 안 된 휴대전화의 부품이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던 신 씨가 본사로 연락했지만 최대한 빨리 조치한다는 똑같은 대답뿐이었다. 신 씨는 “갤럭시노트1이 5년, 10년이 된 것도 아닌 데 재고 부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적당한 기간에 감가상각 처리를 한 다음 새 휴대전화를 사게 하려는 꼼수다”라고 분개했다. 삼성전자 측은 "액정 패널이 단종된 것은 아니고 수급 문제로 물량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빠른 시일내 물량을 확보해 AS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전제품의 부품보유기간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제조사 AS센터에서는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 수리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올들어 10월까지 부품 수급이 안돼 AS를 받지 못한 내용으로 접수된 불만 건수가  40여 건이 넘었다. 품목 역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노트북, 휴대전화 등 고루 분포돼 있다.

부품 보유기간 내 부품 수급을 받지 못한 경우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따라 감각상각비를 따져 잔존가치액을 결정, 소비자에게 보상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마련된 제도였지만 실질적으로 수리를 하는 것보다 잔존가치 보상으로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익인 제조사에서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주요 가전제품 부품보유기간 연장, 사실상 '그림의 떡'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부터 주요 가전제품의 부품보유기간을 연장 시행했다. 냉장고와 TV는 7년에서 8년으로, 세탁기와 휴대전화는 5년과 3년에서 각각 1년씩 늘어났다.

부품보유기간을 산정하는 시점도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구입한 시점'이 아닌 '제조사가 해당 모델의 생산을 최종 중단한 시점'으로 변경하면서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감가상각을 적용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부품이 없어 수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수리 대신 일정금액을 보상하거나 할인쿠폰을 지급해 신상품을 사도록 유도하기 일쑤라 사실상 부품이 없는 건지, 제품 판매를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인지에 대한 의혹이 일 정도.

'규정에 따른 처리'라는 것이 업체 측 입장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결코 달갑지 않다. 몇만 원 정도의 부품을 구입해 수리하면 너끈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두고 웃돈을 들여 새 제품을 사야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잔존가치액은 '구매가-감가상각비'로 계산된다.

감가상각비는 '(사용연수/내용연수)*구입가'로서 예를 들어 사용연수가 30개월이고 내용연수가 6년(70개월)인 세탁기를 100만 원에 구입했다면 (30/70)*100만 원으로 계산돼 43만 원 가량이 되고 100만 원에서 43만 원을 뺀 57만 원이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결국 제품 사용기간이 길수록, 부품보유기간에 가까워질수록 수리비 대비 보상금액이 낮아지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선 부품보유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의 부품 공급을 꺼리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다품종 소량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부품 보유량이 적은 것은 어쩔 수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피해 소비자들은 "규정이라는 것이 매번 모양새만 그럴듯해 지고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있다. 결국 1년씩 연장된 부품보유기간은 생색내기용일 뿐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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