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에 100만원"..'신차 수출알바'탓 소비자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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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에 100만원"..'신차 수출알바'탓 소비자 발동동
  • 유성용 기자
  • 승인 2013.10.21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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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동원 구입 후 중고차로 해외 편법 수출...제조사-소비자 모두 피해

#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오 모(남)씨는 최근 차를 구입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영업소를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가족 구성원이 많다보니 큰 차를 선호했던 오 씨가 스타렉스에 최고 사양 옵션을 추가하자 영업직원이 “국내에서 차를 사 외국에 되파는 ‘신차 수출 알바’가 의심된다”며 판매를 거부한 것. 오 씨가 20년 동안 타오던 차가 고장이 나서 바꾸려는 것이며 한 번 구입하면 오랫동안 타기 때문에 최고 사양 옵션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해도 영업사원은 일반 가정집에서 구입하는 사양이 아니라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 씨는 “신차 수출 알바가 뭐기에 일반 소비자까지 피해를 입는지 모르겠다”며 "영업사원이 되레 구매하지 말아달라 사정하더라”고 황당해했다.

# 의료 관광가이드 일을 하는 서울시 중구 신당동 김 모(남)씨 역시 '신차 수출 알바'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차량 구입을 거절당했다. 신차 알바라는 내용을 난생 처음 접했다는 김 씨는 업무상 승합차가 필요해 달리 대안이 없자 ‘절대 해외에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작성 공증하고 만약 문제가 생길 시 보상까지 제안했지만 업체 측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김 씨는 “제 돈을 주고도 필요한 차량을 구입할 수 없다니...사업자등록증까지 내놓고 차량이 없어 영업을 못하는 처지”라며 억울해했다.

◆ 고수익 올린다는 신차수출 알바가 뭐지?

국내에서 새로 나온 신차를 구입한 뒤 해외에서 중고차로 판매하는 이른바 ‘신차 수출 알바’가 성행하면서 애꿎은 소비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 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용 신차를 개인의 명의로 구입한 뒤 해외에 재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형태의 편법 수출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보니 뜻하지 않은 곳으로 피해가 전가되고 있는 것.

신차 수출 알바의 구조는 이렇다. 소규모 수출업체가 알바 광고를 통해 모집한 일반인에게 주민등록등본을 받고 계약을 체결한 뒤 차를 구입할 돈을 건네준다.

알바생이 영업소를 찾아가 업체에서 지정한 차종을 구입하면 바로 업체 쪽으로 명의이전을 한다. 이 때 업체는 차종, 색상, 다양한 옵션 등을 수출할 나라에 맞게 꼼꼼하게 지정하고, 이에 맞춰 제대로 구입한 알바생은 1대당 50만~150만원의 수고비를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업체가 직접 신차를 몇 백대씩 구입해 해외에 판매했지만 이를 뒤늦게 인지한 국내 완성차업체가 1인당 구매대수를 1~2대로 제한하자 일반인을 내세워 차를 구매하고 있다.

명의이전이 끝나면 수출업체는 높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러시아와 동유럽, 중동, 동남아 등지에 차로 팔아넘긴다. 아직 한 번도 운전하지 않은 신차이지만 중고차로 판매할 경우 관세 등 다른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1대당 약 200만~500만원씩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 ‘신차수출’, ‘자동차 병행수출’ 등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사이트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이트들은 신차수출 알바가 무엇인지 설명하며, 절대 알바생에게 불이익 없고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말 내 차를 산다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계약을 진행하라. 내가 구입한 내 차를 명의이전하는 것일 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유혹에 알바생들이 몰려든다.

 

이와함께 신차 알바가 법의 사각지대가 있는 점을 이용해 명의이전을 해주지 않은 채 수출하거나 계약금을 내도록 한뒤 돌려주지 않는 사기도 성행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 피해

이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미 정식 수출 루트가 있는 곳은 현지 판매율이 떨어지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제대로 된 AS시설이 없어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는 신차 편법수출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는 내부 규정을 강화해 판매한 영업사원에게 벌점을 물리고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방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영업사원들은 신차수출이 이뤄지는 차종에 대해 소비자가 구매 의사를 밝히면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게 되고, 아예 판매 자체를 거부하면서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확하게 얼마가 해외로 나갔다는 통계는 없지만 공식적으로 판매되지 않은 자동차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상당수라고 추측할 수 있다”며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어서 내부 규정을 강화한 것이며, 이 때문에 오 씨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지만 기업에서도 무작정 이를 방관하고 있을 수가 없는 입장”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 쉽게 돈 벌려다 할부금 덤터기...‘알바 사기 주의보’

뿐만 아니라 신차수출 알바를 내세운 사기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며 계약금을 요구하거나, 명의이전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해외에서 불법 명의 자동차로 이용될 가능성도 높다.

심지어 업체에서 차 구매대금을 주지 않고 할부로 구매해 명의이전을 할 경우 이자까지 쳐서 돈을 주겠다는 말에 속아 차와 돈 모두 잃은 경우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알바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해 사기를 치는 경우도 많다”며 “사기를 당하지 않더라도 블랙리스트에 오른다거나 기록이 남아 다른 차를 구매할 때 불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수익이라는 말에 유혹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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