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백'으로 둔갑한 휴대전화 보조금, 요금만 먹고 '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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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백'으로 둔갑한 휴대전화 보조금, 요금만 먹고 '땡'
  • 양창용 기자
  • 승인 2013.09.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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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보조금 지급 약속한뒤 '모르쇠'..비싼 요금과 단말기 할부만 떠안아
지불한 물건 값을 다시 돌려준다는 '페이백(Pay Back)'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보조금 지급 규제 강화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통신기기 관련 페이백 피해가 지난 해부터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 8월 피해자 2만 명, 피해액 150억원에 이르는 '거성 모바일 사기 사건' 이 터지면서 사회적 경감심이 높아졌지만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소비자 피해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가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휴대전화 페이백 피해 관련 제보건을 조사한 결과 2012년 76건에 이어 올해는 9월 24일 기준 56건을 기록했다.

휴대전화 페이백 계약은 소비자 입장에선 위험하지만 외면하기 힘든  유혹이다. 판매처들이 내건 조건대로라면 100만원 대 최신형 고가 스마트폰을 최소 30~40만원 대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로 구두 계약으로 이뤄져 피해 발생 시 입증 자료가 없다는 데 있다. 또한 계약서 상에 판매자가 임의로 금액을 명시했다해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판매업자와의 개인적인 계약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사실상 보상을 받기 어렵다. 결국 3개월간 고가의 이용요금과  부가서비스 이용료, 엄청난 단말기만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남겨지게 된다.

◆ '페이백'을 미끼로 고가 요금에 온갖 부가서비스까지 가입했는데..

대구 북구 북현동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4월 20일 대구 시내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최신형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매장 직원은 "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에 현재는 한 달 뒤 보조금에 상응하는 액수만큼 금액으로 돌려주는 페이백 형태로 바뀌었다"고 안내했다. 페이백 대가로 3개월 간 불필요한 고가요금제와 부가서비스에 가입해야 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득이라고 판단해 각종 부가서비스도 약속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약속한 한 달을 넘어 3개월이 지나도록 보조금 현금 환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리점 측에 문의하자 연신 죄송하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읍소에 다시 믿고 기다렸다.

이후에도 시간만 끌더니 최근에야 김 씨가 가입한 서류가 사라지는 바람에  계약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보조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최종 연락이 왔다.

김 씨는 "페이백 때문에 온갖 부가서비스와 다 쓰지도 못하는 고가 요금제를 사용했는데 이제와서 오리발을 내미니 당황스럽다"면서 "어디다 하소연 할 곳도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 "30만원 줄께~" 유혹해서는 수개월간 12만원 요금 빼가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해 9월 집 근처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무료 교체'라는 말에 현혹돼 할부원금 96만8천원짜리 휴대전화 1대를 구입했다.

페이백 30만원까지 제공하는 조건으로 LTE72 요금제에 가입했고 가입 후 3달 간 매 달 약 12만원 정도 요금이 부과되는데도 동의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다달이 12만원씩 요금이 부과됐고 30만원은 입금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곧 지급할 예정"이라며 시간을 끝던 판매업자는 며칠 뒤 보조금 지급이 어렵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가입 통신사에 항의했지만 판매점과의 계약이기 때문에 조율 권한이 없다는 말 밖에 듣지 못했고 그나마 연락이 됐던 판매업자마저도 이후 수 개월째 연락이 끊어졌다.

김 씨는 "휴대폰 구매시 할부신청서, 보상금 지급 여부가 명시된 계약서까지 있는데 보조금을 돌려 받을 수 없으니 답답하다"면서 "통신사는 나몰라라, 판매자는 잠적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개인 간 거래'로 판단 통신사 책임 물을 수 없어...피해보상 위해 형사소송해야

최근 일선대리점들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출고가 106만7천 원)와 지난 달 출시된 LG전자 G2(출고가 96만4천800원)등 어지간한 노트북 1대 값의 최신형 스마트폰을 내놓고  '원가의 최대 70~80%까지 페이백을 제공한다'며 열띤 판촉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2~3개월 후 페이백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 요청이 속출할 전망이다. 

피해 소비자들은 대형 통신사의 사후처리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구제는 거의 불가능히다. 판매점과의 계약은 통신사의 소관이 아니고 공식 대리점의 경우 정부 지정 보조금 상한선(27만원)을 넘는 페이백은 없 다는입장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관련 피해 대부분이 판매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식 대리점에서의 페이백 관련 피해가 아직 본사로 접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피해 구제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소송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해당 판매업자 혹은 대리점을 '사기죄'로 형사 고발해  판명된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 2월 거성 모바일 관련 피해자 3천여명도 대리점에대해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이런 일부 판매점들의 불법 판매행위를 통신사가 감독할 수 있도록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을 심사중에 있지만 피해 발생시 소비자 구제가 어렵다는 점은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스마트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의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페이백과 같은 음성적인 보조금 거래가 암암리에 크게 활성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눈앞의  유혹에 혹해 고가의 단말기를 무절제하게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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