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크림'이라더니 '킬링 크림'..부작용 끔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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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크림'이라더니 '킬링 크림'..부작용 끔찍해!
  • 최혜원 기자
  • 승인 2013.09.25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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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홈쇼핑 판매중지 사실 6개월간 쉬쉬해 피해 키워...법적 책임 범위는?

# “천연재료로 만들었어요. 매일 듬뿍 바르세요.”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하 모(여.29세)씨는 지난해 9월 GS홈쇼핑에서 마리오바데스쿠 힐링크림을 구입했다. 평소 얼굴에 홍조가 생기고 여드름 피부 때문에 고민이 많던 차에 힐링크림은 천연성분으로 만들어져 피부에 좋다는 인기 쇼호스트 말이 귀에 쏙 들어왔던 것.

쇼호스트의 설명대로 매일 밤 화장품을 듬뿍 바르고 잤던 하 씨는 올해 6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힐링크림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돼 판매가 중지됐다’는 것.

심지어 지난해 12월 식약처의 판매 중지와 물품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단 사실이 더욱 충격이었다. 제품을 판매한 GS홈쇼핑에 항의했지만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제품을 환불해주겠다”는 답변뿐이었다.

하 씨는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나서도 6개월 동안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줄곧 써왔다니...GS홈쇼핑의 광고를 보고 샀는데 6개월이 넘도록 구매자들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이제 와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니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고 토로했다.

◆ 바르고 자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힐링크림...알고보니 각종 부작용 양산

매일 밤 바르고 자면 기적처럼 매끄러운 피부를 가질 수 있다고 해서 ‘기적의 크림’으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화장품을 두고 판매중개업자의 책임 소재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 www.consumerresearch.co.kr)가 운영하는 소비자고발센터에도 " 유명 쇼호스트가 스테로이드가 들어가지 않았다”, “천연성분으로 만들어졌다”, “남편에게도 바르도록 했다”, “얼굴 전체에 매일 듬뿍 바르고 자기만 된다”, “내부적으로 검사한 믿을 수 있는 제품” 이라는 홈쇼핑 광고를 믿고 제품을 구매했다가 피해를 입었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힐링크림 관련 민원 접수건.


문제의  제품은 (주)모어펀이 수입해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GS홈쇼핑에서 단독 런칭해 판매한 상품으로 약 3만4천세트(1세트당 제품 2개 구성)가 판매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식약처는 배합금지원료(히드로코르티손, 트리암시놀론아세토니드 검출) 함유를 이유로  판매금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이 제품을 바르게 되면 처음에는 피부가 깨끗해지고 하얗게 변하지만 두 달 정도가 지났을 땐 여드름이 심해지고 민감성 피부로 바뀌며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눈두덩이에서 진물이 나왔다는 이야기뿐 아니라 심지어 젖먹이 아이 입 주변이 빨갛게 일어났다는 제보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화장품을 더 이상 바르지 않더라도 얼굴이 불타는 듯 뜨거워지고 모낭염과 같은 피부트러블이 생기며 가려움과 통증이 함께 오는 부작용이 오랫동안 지속돼 금단현상까지 일으킨다는 데에 있다. 또한 오랫동안 제품을 발랐다면 아무리 오랜기간 치료를 해도 원래 피부로 돌아갈 수 없다. 확장된 얼굴 모세혈관이 다시 축소되기 어려우며 피부가 얇아져 노화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다.

뒤늦게 힐링크림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발견된 것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이를 끊었지만 부작용에 시달려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마저 생겼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년 이상 장기 치료 진단을 받은 최 모(여)씨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르지 않자 피부가 화끈거리고 울퉁불퉁하며 가려워 견딜 수가 없다. 사람 보기가 무서워 커튼을 치고 깜깜한 방에서 혼자 지내며 심지어 가족들 얼굴도 똑바로 볼 수 없을 정도”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 판매금지 조치에도 쉬쉬...'도의적인 차원' 보상 두고 갈등

GS홈쇼핑 측은 식약처의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졌을 때에도 수입처인 (주)모어펀에게 책임을 미루고 쉬쉬하다 지난 7월 한 방송사에서 이를 기사화하자 그제서야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제품 회수 및 환불 조치를 하겠다고 알렸다.

식약처 판매 금지 조치 이후 항의하는 소비자들에 한해서만 환불해주다 이후 문제가 커지자 문자메시지를 돌려 제품 사용을 중단케하고 전체 제품에 대한 환불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치료비 문제에 대해서도 100만원 한도 내 병원 방문 15회까지 보상으로 제한했다.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마리오바데스쿠 본사에서 스테로이드 함유 화장품이 금지되지 않은 미국 내부에 유통될 제품(2012년 6월 제조분)을 수입처인 모어펀에 제공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라며 “당시 자신있게 광고 방송을 했던 것 역시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제품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판매금지 처분 후 뒤늦은 대응에 대해서는 “이런 일 자체가 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초기 대응이 미숙했다”고 인정했다.

보상이 제한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치료비를 100만원, 15회 이내라고 안내한 것은 상담원 응대 기준을 정하고자 한 것일 뿐 실제 지급된 내역을 보면 1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며 “하지만 피부과 진료비 청구서 등 서류 없이 피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지급이 어렵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GS홈쇼핑에 환불 및 치료비를 보상받은 피해자는 120여 명에 불과하다. 이는 피부과가 아닌 피부관리실, 한의원 등에서 진료를 받은 뒤 아무 증빙 자료 없이 치료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다만 여전히 법적인 책임보다는 도의적인 차원에서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보상이 진행 중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고 서류를 접수하면 최대한 보상해 줄 방침”이라며 “자사 제품도 아니고 판매 대행을 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 여부에는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 억울한 소비자들, 보상책임 누구에게?

그렇다면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 통신판매중개업자의 광고를 보고 잘못된 제품을 구매했을 경우 정말 중개업자에게 책임이 없을까?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 20조2(통신판매중개자 및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의 책임)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자는 소비자에게 정보 또는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지 아니하거나 제공한 정보가 사실과 달라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통신판매중개의뢰자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아니하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실질적인 검토를 해봐야 알겠지만 전자상거래법에 의거해 판매중개업자가 제공한 정보가 사실과 다를 경우 연대 책임이 있다”며 “특히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을 경우라는 단서가 붙지만 이 부분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만큼 민사소송을 갈 경우 법 위반으로 볼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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