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계약조건 보장제' 독소 조항 숨겨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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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계약조건 보장제' 독소 조항 숨겨 유명무실
  • 양창용 기자
  • 승인 2013.08.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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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홍보 펼치지만 적용 조건 까다로워..."분양 낚시질 일뿐~" 원성
# 2010년 상도동에 건설 중인 아파트를 둘러보기 위해  인근 분양사무소를 찾은 권 모(여)씨는 그 자리에서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준공일 직전 할인 분양을 노릴 예정이었지만 나중에라도 할인 분양을 하게 되면 기존 계약자도 함께 적용해준다는 ‘계약조건보장제’에 혹했기 때문이다.

분양사무소는 ‘계약조건보장제’ 증명서까지 쥐어주며 조건이 바뀌면 무조건 소급적용된다며 권 씨를 안심시켰다.

3년 뒤 마침내 아파트가 준공됐지만 미분양이 발생하자 회사 측은 할인 분양에 들어갔다. 권 씨도 즉시 할인 혜택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준공일이 지나 적용해줄 수 없다는 답이 전부였다.

권 씨는 "미분양 상태가 줄을 잇고 있어 계약 당시 불안했지만 계약조건보장제를 믿었는데...기막히다 못해 참담하다"며 말을 잃었다.

아파트 분양 시 기존 계약자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계약조건안심보장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실제로는 ‘낚시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계약조건안심보장제는 계약 조건이 변경될 경우 이를 기존 계약자에게까지 적용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미분양을 털기 위해 신규 계약자들에게 분양 가격을 할인하거나 발코니 확장 등 우대 혜택을 주기로 했다면 기존 계약자에게도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 주겠다는 것.

미리 계약을 하면 좋은 위치와 층을 선택할 수 있는데다 향후 추가 혜택 역시 동일하게 받을 수 있어 기존의 청약자들과 실수요자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현대엠코, GS건설, 두산건설, 현대건설, 대우산업개발, 효성, 한진중공업,대원건설, 선원건설, 동익건설 등 대형 건설사 역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기존 계약자들 사이에서  이같은 계약조건안심보장제가 실제로 효용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분양을 받을 당시에는 무조건 소급적용해준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계약서를 살펴보면 까다로운 조건이 들어가 있다는 것.

실제 계약서에는 분양조건이  계약체결일부터 사용승인일(준공일) 사이에 변경될 경우 또는 기존 계약자가 분양받은 아파트와 동일한 타입일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준공일 이후 입주가 시작되면 계약조건안심보장제는 무용지물이 된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 할인을 시작하는 싯점이  보통 준공일 이후여서  기존 계약자가 계약조건안심보장제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게 되는 것. 

또한 이 같은 건설사들의 꼼수에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이 없어 소비자의 피해만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해양부 주택기금과 최회승 과장은 “건설사들이 미분양주택 판매 촉진 대책으로 계약조건안심보장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지만 분양계약서와 관련된 민사상 계약인 만큼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규제할 수 있는 관련 법규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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