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신차 재도색 판매 만연..소비자 원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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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신차 재도색 판매 만연..소비자 원성 높아
  • 컨슈머리서치
  • 승인 2013.08.1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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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 찌그러짐 등 판금 재도색한 뒤 사전 고지 없이 정상가 판매

긴 운송기간 중 중대하자가 발생한 차를 국내에서 재도색해 소비자에게 넘겨주는 수입차 재도색 관행이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피해 소비자들과 자동차 전문가들은 차량의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요소임에도 구매자에게 사전 고지 없이 정상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속임수라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이같은 소비자 피해를 개선하기위해 사전 고지를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가 운영하는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최근 수입차량 재도색 관련 불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작년 한해 20여 건에 달했으나 올 들어 수입차 판매가 더욱 날개를 달고 있어 올해는 이보다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재도색의 경우 사고나 고장으로 수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잠정적인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입차의 재도색 관행이 소비자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은 국내 도착할 때까지 배로 평균 1~2개월 정도의 긴 운송과정을 거치다보니 흠집이나 녹, 찌그러짐 등 중대하자가 발생하기 쉬운데 국내 도착 후 ‘PDI 센터 (Pre Delivery Center, 출고 전 검사 센터)’에서 이를 재도색한 뒤 고객에게 사전 고지 없이 정상가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

재도색이 눈에 확연히 드러나거나 중고차로 매매하기 위해 감정하면서 알게 돼 차량 가격 산정에서 큰 손해를 입게 되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관행’이라며 일체의 보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차량 인도 시 이미 하자가 있는 경우(탁송과정 중 발생된 하자 포함), 즉 판금이나 도장 등 육안으로 식별 가능 하자인 경우엔 차량 인수 후 7일 이내 이의를 제기하면 보상 또는 무상수리, 차량교환, 구입가 환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재도색은 원래 생산 공장에서의 도장과 달리 강도나 수명이 크게 떨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

생산 공장에서의 도색은 보통 섭씨 60~75도에서 가열 후 30분~1시간 정도 건조하는데 PDI센터는 이같은 적정 온도를 맞추기 힘들어 내구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판금 재도색 작업을 할 경우 열처리 부분이나 광택 부분이 추후 자외선이나 대기 중 오염물질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 일반인들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확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렇게 재도색 부분이 드러난 차량은 ‘사고 차’로 판정 받을 확률이 높고 차량 가치도 확 떨어진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PDI센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통상적으로 간단한 흠집제거나 부품 교체뿐이다. 판금이나 재도색 같은 운송 중 사고로 추정되는 사유가 발생했다면 현지 공장으로 돌려보내 다시 수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국산자동차 업체들도 대부분 자체 PDI센터가 있지만 중요 하자 발생 시에는 생산 공장으로 다시 보내 수리를 하게 된다는 것.

반면 수입차는 해외 공장까지 돌려보내기엔 시간과 비용이 막대해 PDI센터에서 재도색을 포함한 모든 하자에 대한 수리를 진행하면서 소비자와 잦은 분쟁을 겪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재도색까지 갈 경우 중대하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고지하지 않고 판매하는데 대한 비난도 높다.

중대한 하자로 인해 재도색이나 판금을 한 차량은 본래 가치를 잃었기 때문에 사전에 고지하고 할인 가격에 판매하거나 공매로 넘기는 것이 순리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PDI센터에서의 보완작업도 공정 프로세스 중 한 단계이기에 소비자들에게 고지 할 의무가 없다”며 “PDI에서의 재도색은 출고 후 재 입고되는 차량이 거의 없을 만큼 완벽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완벽하다’는 업체들의 장담과는 달리 재도색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이에 항의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상응하는 보상을 받거나 문제가 해결된 건은 거의 ‘제로’수준이다.

당국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현행법상으로 판금 및 재도색 차량 판매 시 이를 소비자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다”면서 “이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늘고 있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고지 의무화를 포함하는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운송 과정을 이유로 재도색을 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당연시하는 현 풍조는 개선되어야 한다”며 “재도색한 차량에 대해서는 반드시 판매 전 소비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가격을 할인해주는 등의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례 1. “PDI센터 공정과정 알릴 의무 없어”

충남 홍성군 금마면에 사는 이 모(남)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월 지인의 소개로 폭스바겐 CC 2.0TDI 4모션 모델을 정상가보다 7~8% 저렴한 4천600만원에 구입했다. 차량을 인도 받은 당일 이 씨는 차량 앞 보닛 부분과 뒷쪽 범퍼의 하단 코팅이 벗겨지는 등 여러곳에서 도색 불량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  AS센터 측은 ‘국내 입고 후 인도 직전 검사를 하는 PDI센터에서 최종 점검 시 하자가 발견돼 추가 도색을 실시했다’고 답했다. 고객에게 더 깔끔한 차량을 전달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지만 구입 당시 재도색에 관한 어떤 안내도 듣지 못한 이 씨는 배신감밖에 들지 않았다고. 이 씨는 백번 양보해 만약 제조사의 논리대로 PDI센터에서의 재도색이 관행이고 서비스차원에서 이뤄지는 거라면 운전자가 알 수 없도록 완벽하게 제대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기막혀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 관계자는 “PDI센터는 면세구역으로 분류돼 이곳에서의 작업까지 출고 전 작업이라 공정과정에 속한다”면서 “공정과정에서의 재도색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가 없고 이 또한 모든 수입차 브랜드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례 2. “수입차 재도색은 고객 서비스 차원?”

부산 사하구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5천여만원에 구입한 유명 수입차 곳곳에 남아있는 재도색 흔적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 지난 2월 초 포드 링컨 MKS 모델을 구입한 김 씨가 재도색 여부를 알게 된 것은 구입 10일 후 발생한 간단한 접촉사고 때문이었다. 운전석 뒷쪽 휀다 부분이 들어가 펴는 덴트작업을 하러 찾은 정비소에서 작업도중 철판 도색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의심이 들어 차량 곳곳을 살펴보니 재도색이 의심되는 정황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운전석 뒷브레이크 통을 떼어보니 테이핑 자국에다 도색 시 들어간 먼지까지 줄이어 발견됐다.  수입대행업체 및 제조사 등에 내용증명으로도 관련 사항을 문의하자 ‘차량 운송 과정이 길다보니 흠집이 난 부분이 있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도색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제조사 측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그렇게 당당한 일이면 왜 판매 시 안내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기막혀했다. 이에 대해 수입업체 관계자는 “차량 재도색은 좀 더 나은 품질의 차량을 인도하기 위한 수입차 업계의 ‘관행’이다. 해당 고객에게 충분히 소명을 했으며 문제 될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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