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가 '만능' 해결사? 자칫하면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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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가 '만능' 해결사? 자칫하면 애물단지
  • 유성용 기자
  • 승인 2013.08.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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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들 과열경쟁으로 허위과장 판쳐...제대로 설치하고 관리해야
교통사고 현장의 증거물 역할, 차량 관리 등 여러 용도로 인기몰이 중인 차량용 블랙박스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초창기  20~30만원 가격대를 형성해오다 최근엔 내비게이션과의 연동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더한 고사양 모델도 등장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금전적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12일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가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차량용 블랙박스 관련 소비자 피해건수를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 132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작년  하반기(120건)에 비해 12건이 늘어났다.

피해 유형별로는  'AS불만 및 지연'(51건, 41.8%)이 다수를 이뤘다. 사고 상황이 녹화되지 않거나 낮은 해상도로 무용지물이 되는 등 고질적 문제인 '제품 하자'(41건, 33.6%)가 2위를 차지했다.

특히 허위 과장광고 및 사기 피해가 무려 30건(24.6%)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블랙박스의 유통 경로가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뿐만 아니라 도로변 좌판까지 다양하고, 무엇보다 제조사만 200여개가 넘어서면서  판매 경쟁에 따른 허위 및 과장광고가 판을 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블랙박스 화질, 객관적 기준 없어 분쟁 잦아
경북 예천군에 사는 김 모(여)씨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대비해 장착한 블랙박스의 화질이 미덥지 않다고 토로했다. 오픈마켓을 통해 아이리버사의 블랙박스 X300과 X330모델 2대를 30만원에 구입한 김 씨. 광고 영상처럼 깨끗한 화질을 기대했지만 야간 운행 시 바로 앞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는가 하면 심지어 주간에 옆 차로 번호판조차 보이지 않았다. 화질에 실망한 김 씨는 녹화 영상을 첨부해 고객만족센터에 상담을 의뢰했지만 제조사 측은 영상 분석 후 '정상'이라고 결론지었다. 김 씨는 "광고시에는 주, 야간 차량 식별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광고를 하더니 이제와 오리발"이라며 분개했다. 제조사 측은 "화질 문제의 경우 개인마다 시각의 차가 크고 차량이 주행하고 있는 장소와 조명에 따라서도 화질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 내비와 '연동기능' 앞세운 블랙박스. 케이블 품절로 사용 불가?
서울 양천구 목5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6월 말 차량을 구입하면서 내비게이션-블랙박스 연동되는 제품을 100만원 가량에 구입했다. 직접 설치하기 불가능해 차량 구입처에 모든 것을 일임한 김 씨, 작동이 되지 않아 확인결과 연결 케이블 품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조사는 결함으로 제품이 품절됐다고 해명했지만 현재까지도 제조사 홈페이지에는 연동 기능이 버젓이 광고되고 있었다.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한 제조사의 꼼수라는 김 씨, 이에 대해 팅크웨어 측은 "제품 사용에 불편을 겪는 점은 유감이며 최대한 빠른 시기에 케이블이 재 입고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수리맡긴 블랙박스, 한 달째 '함흥차사'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2월 홈쇼핑에서 블랙박스를 구입해 설치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말썽을 일으켜 택배편으로 AS센터에 수리를 맡겼다. 3~4주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 고객센터로 문의하자 상담원은 지연 사유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무조건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일주일 뒤 다시 연락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 이 씨는 "수리 요청한지 한 달이 넘도록 이 모양인지 답답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에 대해 현대오토콤 측은 "현재 거점 지역 중심으로 AS를 처리하다보니 간혹 수리지연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하반기부터 개편을 통해 거주지역 근처에서도 신속히 AS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 공식지점에서 설치하고 수시로 관리해야

최근 많은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지만 블랙박스는 가장 본연의 임무인 '사고 예방'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지난 해 손해보험협외와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자료에 의하면 블랙박스를 설치한 법인택시의 교통사고 감소율(2011년 기준)이 장착전(2007년)에 비해 17.7%나 급감했다. 각 보험회사들도 효과를 인정해 블랙박스 장착 차량 운전자에게 연간 3~5% 보험료 할인혜택이 시행중이다.

내년부턴 서울시가 '택시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면 현재 연간 3천800억원(업계 추정치)인  시장 규모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운전자의 필수품'이 된 블랙박스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어떤 주의가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블랙박스가 컴퓨터처럼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검증받지 않은 사업자로부터 구매하는 것은 피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 인터넷몰이나 개별 판매자에게 구입할 경우 설치불량으로 인한 하자 및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한 사기 피해 위험도가 높다는 것.

한 업체 관계자는 "제조사 직영 대리점이나 관련 유통망을 통해 구입하지 않으면 AS를 받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제품 설치 역시 공임비를 주고 공식 지점에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사용 시 기기는 물론 녹화영상의 지속적인 관리 역시 필수사항이다.

특히 최근 35~40℃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내리쬐고 있어 블랙박스가 장착된 앞유리 부근은 최대 80℃까지 온도가 올라가 배터리나 저장장치가 소실 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영상은 바로 PC로 옮겨놓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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